
국내 대기업의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경영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완벽한 기업’은 나오지 않았다. ESG행복경제연구소가 2026년 2월 13일 발표한 평가 결과에 따르면, 국내 시가총액 250대 기업 중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은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대신 삼성전자가 89.9점으로 A+ 등급을 받으며 종합 1위에 올랐다.
이번 평가는 2025년 기업들이 공개한 ESG 정보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삼성전자에 이어 KT&G가 89.8점으로 근소한 차이로 2위를 기록했으며, 삼성물산(88.2점), 한화에어로스페이스(88.0점), SK하이닉스(87.6점)가 5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삼성 계열사들이 다양한 업종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그룹 차원의 ESG 역량을 입증했다.
부문별·업종별 1위 기업들의 전략
ESG를 세부 부문으로 나눠보면 각 영역마다 전문성을 발휘한 기업들이 달랐다. 환경(E) 부문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91.4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회사는 글로벌 ESG 평가기관 에코바디스로부터 상위 1% 기업에만 부여되는 플래티넘 등급도 획득한 바 있다.
사회적 책무(S) 부문은 SK이노베이션이 89.9점으로 선두에 섰고, 지배구조(G) 부문에서는 포스코홀딩스가 95.2점이라는 압도적인 점수를 기록했다. 특히 지배구조 점수는 전체 평균이 전년 대비 1.1점 상승하며 세 부문 중 가장 큰 개선폭을 보였다. 이는 2026년 기업지배구조 평가에서 “밸류업이 갈랐다”는 평가처럼, 주주환원 정책과 이사회 독립성 강화가 기업 신뢰도의 핵심 차별화 요소로 부상했음을 의미한다.
업종별로는 15개 분야에서 각기 다른 강자들이 등장했다. IT·반도체는 SK하이닉스, 건설·조선은 삼성물산, 자동차부품은 기아, 제약·바이오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최고 평가를 받았다. 특히 방산·바이오 등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속에서도 실질적 수주 성과를 창출한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전체 평균은 올랐지만, 양극화는 심화
긍정적인 신호도 있었다. 국내 시총 250대 기업의 전체 평균 점수는 78.7점으로, 전년(78.2점) 대비 0.5점 상승하며 B+ 등급 후반대를 유지했다. A등급 이상 상위권 기업 비중도 62%로 전년 대비 8%포인트 높아졌다. 환경은 0.3점, 사회적 책무는 0.2점, 지배구구조는 1.1점씩 개선되는 등 전반적인 상승 흐름이 확인됐다.
그러나 이면에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중·하위권 기업이 여전히 38%에 달했고, 하위권 기업 비중은 16.8%로 전년(16.4%)보다 오히려 0.4%포인트 증가했다. 상위권 기업들이 법적 의무를 초과하는 수준의 ESG 경영을 펼치는 동안, 중·하위권 기업들은 기초 단계에 머물러 있는 ‘K자형 분화’ 구조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에코프로는 전자투표제와 서면투표제를 모든 계열사에 도입하며 소수주주권 부문에서 만점(100점)을 받았고, HD현대는 선임사외이사 제도와 이사회 역량 구성표(BSM) 공시로 투명성을 수치화했다. 반면 ESG 공시 역량이 부족한 기업들은 평가 자체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하위권 기업 공시 역량 강화 시급”
연구소 관계자는 “상·하위권 기업 간 ESG 지속가능경영 체계와 실행 수준에서 우열이 더욱 심화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구조적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하위권 기업을 중심으로 경영 전반에 걸친 ESG 인식 확산과 함께 제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공시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ESG가 단순한 ‘선택적 과제’가 아닌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ESG 기준을 투자 결정의 핵심 지표로 삼는 추세가 강화되면서, 하위권 기업들은 자본 조달과 파트너십 확보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2026년 들어 주주환원 정책과 이사회 독립성이 기업 가치 평가의 결정적 변수로 떠오르면서, 지배구조 개선에 소극적인 기업들은 시장에서 더욱 외면받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