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심사 더 깐깐해진다’…
무주택자들 전세자금 ‘막막’

“월세는 부담스럽고, 전세는 대출이 어렵고… 갈 곳이 없네요.”
정부가 전세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무주택 서민들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전세자금 대출 보증이 차주의 소득과 기존 대출을 반영해 차등 적용된다. 대출 심사가 더 깐깐해지고, 대출 한도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토교통부는 올해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대출 보증 한도를 차주의 상환 능력에 따라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소득과 관계없이 일정 금액까지 대출이 보증되지만, 앞으로는 소득이 낮거나 기존 대출이 많으면 보증 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이는 전세대출을 악용한 갭투자 증가와 전세가 상승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정부는 올해 1분기 내로 HUG와 서울보증보험(SGI)의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기존 100%에서 90%로 줄이기로 했다. 수도권의 경우 추가적인 축소 가능성도 검토되고 있다.
지금까지 HUG는 임대보증금의 80% 이내에서 수도권 4억 원, 지방 3억 2천만 원까지 대출금 전액을 보증해 왔다.

예를 들어, 3억 원짜리 전셋집을 구하는 세입자는 2억 4천만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고, 상환이 어려울 경우 전액을 보증기관이 부담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보증 비율이 90%로 조정되면 같은 조건에서도 2억 1600만 원까지만 보증을 받을 수 있어, 대출 한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서민 부담 가중 우려 속 정책 효과 논란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가 전세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세대출이 무주택 서민들의 주요 주거비 조달 수단이었던 만큼, 대출이 줄어들면 전세를 구하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특히 다세대·연립주택이나 빌라를 중심으로 한 전세 시장에서 대출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전세대출 보증 축소가 주거 시장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대출 보증이 3.8% 증가할 때 전셋값이 연간 8.21%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전세대출이 전세 시장의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주요 요인 중 하나라는 의미다.
하지만 반대로 대출이 줄어들면 전세를 얻기 어려워지는 세입자가 늘어나고, 월세 전환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크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소득이 낮거나 거의 없는 경우에도 상환 능력을 벗어나는 대출을 받는 사례가 많아 이를 조정하려는 것”이라며 “세입자들의 전세 계약 체결에 차질이 없도록 유예 기간을 충분히 두고 제도를 설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