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저가 공세에 휘청이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경기 부진 때문에 상황도 좋지 않은데, 반도체 시장은 정말 엎친 데 덮친 격이겠어”
D램 시장이 중국발 저가 공세와 글로벌 경기 침체로 휘청이고 있다.
8일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범용 D램(DDR4 8Gb)의 평균 고정 거래가격은 11월 1.35달러로, 지난 7월 2.1달러에서 35.7% 하락했다. 이는 2022년 9월 이후 최저치다.
특히 중국 메모리 기업들이 범용 제품을 시중 가격의 절반에 판매하며 시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DDR5와 같은 최신 제품도 예외는 아니다. PC용 DDR5 16Gb 제품의 11월 평균 고정 거래가격은 3.9달러로 전월 대비 3.7% 하락했다.
CXMT 등 중국 기업의 저가 판매가 선단 공정 제품으로 확장되며 가격 하락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3사는 DDR4 생산을 줄이고 DDR5 생산에 집중하고 있지만, 오히려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IT 수요 부진
스마트폰, PC 등 주요 IT 제품의 수요가 감소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경기 부진과 재고 조정을 고려할 때 내년 1분기가 메모리 시장의 최비수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메모리 업종 선행 지표로 평가받는 D램 현물 가격은 최근 1.764달러로, 연중 최고점(2달러) 대비 11.8% 하락했다.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익성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이들 기업은 레거시 제품 비중을 줄이고 선단 공정 전환으로 대응하려 하지만, 시장 회복의 속도가 더디다는 점이 문제다.
키움증권 박유악 연구원은 “D램 가격 하락으로 인해 한국 기업들이 실적 방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중국발 저가 공세가 이어질 경우 실적 전망치를 낮춰야 한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감산 효과와 수요 회복이 맞물릴 경우 내년 하반기쯤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CXMT와 푸젠진화 같은 중국 기업들이 저가 전략을 지속하는 한, 반등 시점이 더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현재의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공급 조정과 수요 활성화가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반도체 업계는 기술력과 품질로 경쟁 우위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며, 글로벌 경기 회복이 동반되어야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