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들의 한숨만 깊어진다
고령화 시대의 마지막 선택지 흔들려
생존 위한 하루 12시간 기다림

서대구역 앞 택시 승강장에는 인생의 마지막 챕터를 택시 운전대에 맡긴 백발의 기사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기다림의 지루함과 불안감이 섞인 표정이었다.
정년 없는 일자리를 찾아 몰려든 은퇴자들의 마지막 보루가 흔들리고 있다. 언제 손님이 올지 모르는 불확실성 속에서, 오늘도 그들은 기다림의 시간을 견디고 있다.

대구의 텅 빈 택시 승강장, 꽉 찬 기다림
“오늘 40분째 기다리고 있는데 이게 일상입니다.” 서대구역 앞에서 만난 50대 택시 기사의 말에는 체념이 묻어 있었다.
서대구역 앞에는 30여 대의 택시가 줄지어 서 있었고, 택시 승강장부터 역 입구까지 한 개 차선이 택시로 가득 찼다.
대구시가 지난달 발표한 ‘제5차 대구시 택시 총량 산정결과’에 따르면, 이 지역에는 1만 5,703대의 택시가 운행 중이다.

수요 대비 적정 총량은 1만 257대로, 5,000대 이상이 과잉 공급된 상황이다.
이러한 과잉 공급으로 인해 택시 기사들은 손님을 찾아 도시를 헤매거나 기차역, 공항, 백화점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대구공항에서 만난 40년 경력의 이상복(70) 씨는 도로 옆 바닥에 앉아 장기를 두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손님이 없으니까 장기를 둔다”며 “여기는 언제 탑승객이 찾아올지 기약이 없다”고 말했다.
그들의 모습에서 택시 업계가 직면한 어려운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정년 후 마지막 출구, 그러나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이러한 상황은 대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적으로 택시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은퇴자들의 대거 유입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70세 이상 개인택시 기사는 3만 7,875명으로 2019년 대비 46.2% 증가했다.
이는 전체 개인택시 기사 16만 4,334명의 23%를 차지하는 수치다. 실질적으로 개인택시 기사 4명 중 1명은 70세 이상인 셈이다.

퇴직 후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택시 업계는 마지막 선택지가 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개인택시조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조합원 중 65~70세가 1만 3,864명으로 전체의 28%에 달한다.
개인택시 기사들은 정년이 없고, 일한 만큼 벌어갈 수 있다는 점이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들에게 큰 인기 요인이다.
인천에서 10년째 개인택시를 몰고 있는 박모(68) 씨는 “건강 상태에 따라 근무 시간을 조절할 수 있고, 내가 투자한 시간만큼 벌이가 나오는 구조가 은퇴자에게는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잘 벌면 시급이 2만 5000원 정도 나온다”며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때 하루 12시간씩 한 달 25일 하면 400만~500만 원은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규제 완화가 부른 과잉 공급
택시 업계에 은퇴자들이 몰려드는 현상은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코로나19 당시 심야 택시난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택시 기사 진입 장벽을 낮추는 규제 완화 조치를 단행했다.

과거에는 영업용 차량을 5년 이상 무사고로 운전해야 개인택시 기사 자격이 주어졌지만, 2021년부터는 차종에 상관없이 5년 이상 무사고 운전 경력만 있으면 가능하게 되었다.
서울개인택시조합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4월 기준 전체 조합원 4만 8,927명 중 경력 1년 미만인 사람이 3,034명(6.2%)에 달했다.
코로나 이후 신규 진입한 경력 4년 미만의 조합원은 1만 706명으로 전체의 21%를 차지했다. 이는 최근 개인택시 시장에 새로운 인력이 대거 유입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처럼 개인택시 시장으로의 진입이 활발해지면서 대구와 같은 지역에서는 이미 공급 과잉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대구시는 택시 과잉 공급을 줄이기 위해 국토교통부에 택시 부제(의무 휴업제) 재도입을 건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택시 부제에 대해 지역 법인택시 업계는 찬성, 개인택시 업계는 반대하고 있어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많은 은퇴자들이 마지막 선택지로 여겼던 택시 업계의 미래가 불확실해지면서, 서대구역과 대구공항에서 오늘도 손님을 기다리는 노년의 택시 기사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또 집값처럼 택시 넘버 가격올리려고 꼼수 지겹다 베이비부머들 그자들땜시 모든것들이 올라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