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떨어지는데 정유사 못 웃는다
OPEC+ 증산에 회복도 ‘급제동’
소비자 부담도 커질 듯

여름철 성수기를 앞두고 기대를 모았던 국내 정유업계가 다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소비자들은 주유소에서 유류세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워졌고, 정유사들은 모처럼 찾아온 실적 반등 기회를 놓칠 처지에 놓였다. 문제의 시작은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갑작스러운 증산 결정이었다.
6월부터 하루 100만 배럴에 가까운 석유가 시장에 추가로 풀릴 예정이다. 국제유가는 이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배럴당 60달러 안팎까지 주저앉았다.

원래 여름은 휘발유 수요가 느는 성수기여서 정유업계엔 ‘기대의 계절’로 불린다. 하지만 정제마진이 겨우 회복세에 접어든 상황에서 유가가 떨어지자, 업계는 또다시 실적 악화를 걱정하게 됐다.
정제마진 회복세에 찬물…“재고 손실도 우려”
정유업계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 지표는 ‘정제마진’이다. 들여온 원유를 휘발유나 경유로 만들어 팔았을 때 남는 차익인데, 이 수치가 배럴당 4~5달러는 돼야 손익분기점을 넘긴다.
5월 첫째 주 기준 정제마진은 6.58달러로, 한 달 전보다 70% 이상 상승하며 오랜만에 활기를 띠었다.

그러나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해 정유사들은 이마저도 오래 유지하지 못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유가가 급락하면 이미 들여온 고가 원유 재고의 가치는 떨어지고, 회계상 손실로 이어지는 게 문제다.
올해 1분기 정유업계의 실적은 이미 썩 좋지 않다. HD현대오일뱅크는 전년 대비 90% 가까이 줄어든 311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S-OIL과 SK이노베이션 역시 각각 적자 전환하거나 수익이 급감했다.
소비자는 더 내는 기름값…유류세 인하폭 줄어
소비자들도 최근 기름값 움직임이 낯설다. 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13주 연속 떨어졌지만, 5월 들어 하락세는 사실상 멈췄다.

반면 경유 가격은 12주 만에 다시 올랐다. 이는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면서 인하 폭은 줄였기 때문이다.
지난달까지는 휘발유에 15%, 경유에 23%의 유류세가 감면됐지만, 이달부터는 각각 10%, 15%로 축소됐다. 리터당 약 40~50원의 부담이 다시 늘어난 셈이다.
기름값은 통상 2~3주 뒤에 국제유가나 세금 변동 영향을 반영하므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 인상은 점진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업계는 당분간 공격적인 투자보다 재고 관리와 비용 절감 등 보수적인 전략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실적 반등은커녕, 다시 ‘버티기 모드’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유업계 걱정까지 해줘야 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