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주유소 7개월 만에 1500원대
국내 기름값 4주 연속 하락세
“하향 안정세 이어질 것” 전망

“오늘은 조금 더 채워도 괜찮겠어요” 직장인 김 모(35) 씨는 평소보다 여유 있게 주유기를 바라봤다.
한 달 전만 해도 주유소에 들를 때마다 ‘반만 넣어주세요’라는 말이 입에 붙어 있었지만, 요즘은 기름값 내림세에 조금씩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다.
장보기, 외식비, 공과금까지 모든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내려가는 기름값은 작지만 확실한 위안이 되고 있다.
4주 연속 하락세…전국 휘발유 가격 1,629원대

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첫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가 리터당 1,629.8원을 기록하며 4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는 직전 주보다 리터당 3.5원 내려간 수치다.
지역별로는 서울 지역 휘발유 가격은 전주 대비 5.1원 하락한 1,700.3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반면 대구는 리터당 1,591.8원으로 3.3원 내려가며 최저가를 기록했다.
상표별로는 SK에너지가 리터당 평균 1,639.7원으로 가장 높았고, 알뜰주유소는 1,598.1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특히 알뜰주유소의 주간 평균 가격이 1,500원대로 진입한 것은 지난해 11월 1주(1,586.9원)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경유 역시 전주보다 4.5원 내린 1,493.5원을 기록하며 하락세에 동참했다.

국제 유가 상승에도 국내 기름값 하락 이유는?
흥미로운 점은 국제유가가 소폭 상승했음에도 국내 기름값은 오히려 하락했다는 것이다.
이번 주 수입 원유 가격 기준인 두바이유는 지난주보다 0.06달러 오른 64.2달러였다. 국제 휘발유 가격은 0.2달러, 자동차용 경유는 1.2달러 각각 상승했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 차질,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 협상 지연, 캐나다 산불로 인한 원유공급 차질 우려 등이 국제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그 협력국들로 구성된 OPEC+의 7월 증산량 확대 가능성과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 등으로 상승폭이 제한되면서 소폭 오름에 그쳤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지난주 제품가 변동 약세와 환율 하락으로 다음 주에도 국내 기름값은 하향 안정세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국제유가 변동은 보통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OPEC이 3개월 연속 증산을 단행하면서 원유 공급이 늘어난 점과 미중 무역 갈등 심화로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이 하향 조정된 것도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환율 하락 역시 국내 소비자 가격 하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물가 상승으로 가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름값 하락은 서민 경제에 소소한 위안이 되고 있다.
다만 식료품과 공공요금 등 다른 생활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전반적인 가계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고물가 시대에 한 줄기 희망이 되는 기름값 하락세가 앞으로도 계속될지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