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며 개인 투자자들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렸다. 중동발 지정학적 충격이 투자자들을 두 진영으로 나눴지만, 현재까지는 상승에 베팅한 쪽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9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3월 들어 6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유가 하락형 ETN인 ‘삼성 인버스 2X WTI 원유 선물’을 162억원 순매수하며 전체 ETN 중 1위를 기록했다. 동시에 상승형인 ‘삼성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도 125억원어치 담으며 3위에 올랐다. 상반된 베팅 규모를 합치면 380억원이 넘는다.
호르무즈 봉쇄가 바꾼 시장 판도
유가 급등의 직접적 원인은 호르무즈 해협 사실상 봉쇄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이란이 반격 수단으로 국제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이 해협을 차단하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현실화됐다. WTI 원유 가격은 3월 들어서만 34% 급등했고, 한국시간 9일 오전 7시께 2022년 7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이 과정에서 상승형 레버리지 ETN의 수익률이 폭발했다. ‘삼성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은 이달 들어 53.7% 급등했고, ‘삼성 블룸버그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 B’도 52.9% 치솟았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10% 넘게 급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반면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은 동일한 비율로 손실을 입었다.
전문가들이 본 추가 상승 가능성
시장에서는 유가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분석한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지속 기간을 4∼6주로 제시했으나,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강경파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란의 버티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실질적인 호르무즈 봉쇄가 향후 1∼2주간 지속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 수준의 긴장 상태가 지속될 경우 유가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당시 기록한 120∼130달러선 돌파를 시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유가 급등 속도가 당시보다 더 빠르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유가 안정화 조치를 발표했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상보험 지원, 유조선 호위, 전략 비축유 방출 등을 모색 중”이라면서도 “일평균 2천만배럴 규모의 석유가 수출되는 호르무즈 해협을 100%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