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100달러 시대 열리나…국제유가, 고착화 우려 현실로

댓글 0

브렌트유 급등 수치와 시장 반응
브렌트유 급등 수치와 시장 반응 / 연합뉴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구체화되고 있다. 단순한 단기 급등 경고가 아닌, 연간 평균치가 세 자릿수를 기록할 수 있다는 관측이 주요 투자은행(IB)에서 잇따라 나오면서 고유가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동 전쟁이 2개월 이상 이어지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공급 차질이 구조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바클레이즈, 전망치 15달러 올려…”5월 말이 분수령”

영국계 IB 바클레이즈는 최근 올해 연간 브렌트유 전망치를 배럴당 1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직전 전망(85달러)에서 단숨에 15달러를 올린 것으로, 주요 IB 가운데 100달러 연평균 전망을 공식화한 첫 사례다.

바클레이즈가 지목한 핵심 원인은 호르무즈 해협 교착 상태의 장기화다. 해협 봉쇄가 이어지면서 하루 660만 배럴의 공급 부족이 발생하고 있으며, 단순한 운송 차질을 넘어 생산 손실로까지 번지고 있다고 바클레이즈는 분석했다. 바클레이즈는 “5월 말까지 혼란이 지속되면 가격이 배럴당 110달러로 재책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은행(WB)도 올해 에너지 가격이 24% 급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브렌트유 평균 전망치를 86달러로 제시하면서도, 핵심 석유·가스 시설 피해가 커질 경우 115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브렌트유 선물 급등 차트 / 뉴스1

수요 줄어도 공급 구멍이 더 크다

역설적인 것은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분기 글로벌 석유 수요가 하루 150만 배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이후 최대 수준의 감소다.

하지만 공급 손실 규모는 이를 크게 웃돈다. IEA에 따르면 에너지 인프라 손상과 수출 차질로 인한 누적 공급 손실은 3월 3억6000만 배럴, 4월에는 4억4000만 배럴 이상에 달한다. JP모건도 4월 하루 430만 배럴의 글로벌 수요 감소를 전망했지만, 바클레이즈가 추산하는 공급 부족분(660만 배럴)이 수요 감소분보다 훨씬 크다.

전문가들은 구조적 공급 충격이 단기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본다. 에너지 인프라 피해는 전쟁 종료 이후에도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UAE 탈퇴·OPEC 증산, 실효성에 물음표

하방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랍에미리트(UAE)가 지난 1일부터 OPEC과 OPEC+에서 탈퇴했고, OPEC+ 6개국이 다음 달부터 하루 18만8000배럴을 추가 생산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제3국 선박을 지원하는 ‘프로젝트 프리덤’을 발표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러한 조치들의 실효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OPEC+의 증산 규모(하루 18만8000배럴)는 바클레이즈가 추산한 시장 부족분(660만 배럴)의 2.9%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산유국들이 생산을 늘리더라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지속되는 한 수출 자체가 막혀 있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이후에도 브렌트유는 소폭 하락하다 곧바로 상승세를 회복했다. 5월 4일 유럽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109.05달러에 거래됐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급·생산 차질로 인해 국제유가 상방 압력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며 “전쟁이 끝나면 점진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겠지만, 불확실성이 하방 압력을 일부 상쇄하고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이콘밍글.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