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래 최대 적자”… 자동차 거인의 몰락, 결국 2만 명 내보낸다

전기차 공장도 접고 인력도 줄였다
닛산, 과잉생산 체제 해소에 사활 건다
주요 시장 부진에 26년 만의 위기 맞아

“한때는 연 577만 대를 팔던 회사가 이제 330만 대도 넘기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 제조사 닛산자동차가 극심한 실적 부진을 딛기 위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에 나섰다. 감축 대상은 2만 명, 전체 인력의 15%다.

판매 부진과 생산 과잉이 겹치면서 일본 자동차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던 이 거대 제조사가 전면 쇄신에 돌입한 것이다. 1933년 공식적으로 창립한 이후 92년 만에 벌어진 구조조정에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구조조정 카드 꺼낸 닛산…7조 적자에 생산축소까지

닛산은 2024 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에 최대 7,500억 엔, 우리 돈 약 7조 2,00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고했다. 이는 1999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적자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발표했던 9,000명 감원 계획에 더해 추가로 1만 1,000명을 더 줄이기로 결정했다.

NHK, 아사히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은 닛산이 전 세계 생산 능력을 20% 축소하고 인력 감축 폭을 확대하는 구조조정 방침을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판매 감소는 눈에 띄게 심각하다. 닛산은 2017 회계연도에 자동차 577만 대를 팔았지만, 올해는 330만 대 수준으로 전망된다. 브랜드 가치 하락, 신차 출시 지연, 전기차 시장에서의 경쟁 열세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 닛산은 이미 여러 사업을 접었다. 전기차 중심의 전략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일본 기타큐슈시 배터리 공장 설립도 지난 5월 철회됐다.

인도와 아르헨티나 등 일부 국가에서는 생산을 중단하고, 미국과 중국에서는 현지 판매 부진으로 생산설비 과잉 문제가 불거졌다.

닛산은 약 50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보유하고 있지만, 지난해 실제 생산량은 304만 대에 그쳤다.

공장도 철수, 투자도 중단…닛산의 ‘몸집 줄이기’

과거에도 닛산은 같은 문제를 겪은 바 있다. 1999년 당시 최고운영책임자(COO)였던 카를로스 곤은 무라야마 공장을 폐쇄하고 2만 명 이상을 감축한 바 있다.

곤은 이후 확장 전략으로 닛산의 판매량을 끌어올렸지만, 2018년 불법행위로 체포되며 그 전략도 흐지부지됐다.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판매 실적과 생산 능력의 괴리가 점점 커져 감원은 불가피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수익 구조를 빠르게 정상화하지 못할 경우, 닛산은 글로벌 경쟁에서 더욱 밀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닛산은 지난해 혼다와 경영 통합을 논의했으나 지난 2월 협상이 결렬돼 독자 생존 전략을 선택한 상황이다. 과거와 달리 구조조정만으로 상황을 뒤집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금 닛산에게 필요한 것은 더 이상 확장이 아닌, 생존을 위한 체질 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