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면 봉지, 스낵 포장지, 페트병 하나 만드는 데도 쓰이는 핵심 원료가 불과 3개월 만에 가격이 두 배로 뛰었다. 국내 식품업계가 ‘5월 포장재 대란’을 우려하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산 나프타 수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면서다. 나프타는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페트(PET) 등 식품 포장재 생산에 필수적인 석유화학 기초 원료다.
연초 대비 100% 폭등…수입의 54%, 봉쇄된 해협 통과
나프타 가격은 올해 1월 톤당 595달러에서 3월 20일 기준 1,068~1,141달러까지 치솟았다. 연초 대비 약 100% 급등한 수준이다.
문제의 핵심은 공급로다. 국내 나프타 수입물량의 54%가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이 해협이 사실상 봉쇄 상태에 놓이면서 중동산 원료 확보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정부는 나프타를 경제안보품목으로 한시 지정하고, 공급망 피해기업에 1조5000억 원 규모의 지원을 발표했으나 업계의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재고 1~2개월분…’5월이 분수령’
동서식품과 롯데웰푸드는 현재 각각 1~2개월분의 포장재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농심도 계열사 율촌화학을 통해 포장재를 조달하고 있지만 확보 물량은 약 2개월분에 그친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포장재는 평소 즉시 수급이 가능해 재고를 많이 확보해두지 않는다”며 “보유 재고가 소진되는 5월이 되면 수급 불안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도 “식품 포장재는 여러 재질이 겹친 다층 구조로, 이 중 하나라도 수급이 끊기면 완제품 생산이 어렵다”며 사태 장기화 시 일부 제품 생산 차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안 없는 딜레마…원가 부담만 가중
포장재 공급업체인 KCC는 이미 공급가격을 40% 인상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나프타 가격 상승으로 포장재 단가 인상 압력이 커지고 있어 원가 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부 기업들은 종이 포장재 등 대체 소재를 검토하고 있지만, 업계는 종이가 오히려 더 비싸 비용 부담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급망을 다변화하더라도 해외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아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태”라며 “현재로서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식품업계 전문가들은 소비자 물가 부담으로 인해 가격 인상 여력이 제한된 식품 기업들이 결국 이익 마진 축소를 감수해야 하는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고 분석한다. 5월까지 중동 정세가 안정되지 않으면 일부 제품의 생산 중단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