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5년만에 최저치
시장 불안과 신용 우려 고조

“이대로 가다간 위기 재현되는 거 아니냐”
국가가 쥐고 있는 외화 자산이 5년 1개월 만에 최저치로 줄어들었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046억 달러로 한 달 전보다 7천만 달러 줄었다. 이는 코로나19 직후였던 2020년 4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외환보유액은 한국 경제의 신뢰와 직결되는 지표이기에, 단순한 숫자 감소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두 달 연속 감소, 세계 순위도 밀려났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3월 소폭 반등한 뒤 4월부터 다시 줄어들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 감소로 인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10위에 머무르게 됐다. 이는 한때 9위를 유지하던 위치에서 독일에 밀려난 결과다.
전 세계적으로는 중국이 3조 달러 이상으로 1위, 일본이 1조 2천억 달러로 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한국은 4천억 달러 수준에서 근소한 차이로 홍콩,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앞서 있는 상태다.
한국은행은 “달러 약세와 외화예수금 감소가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지만, 연속된 하락세가 주는 심리적 압박은 작지 않다.
외환보유액이 줄면 무슨 일이 벌어지나

외환보유액 감소는 단순한 숫자 하락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통상 외환보유액은 외화 유동성 확보와 환율 방어의 핵심 수단이다.
이 자산이 줄어들면 글로벌 금융위기나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시, 정부의 대응 능력이 위축될 수 있다.
특히 4,000억 달러는 시장 참가자들이 느끼는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지는 수준인데, 이 선마저 붕괴될 경우 투기세력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환율 불안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급등락할 때 정부가 개입할 여력이 줄면 원화 가치가 요동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다행히 한국은 경상수지가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단기 외채 비율도 낮아 당장 외환위기를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를 위해 외환스와프 거래를 확대한 점 역시 외환보유액을 일시적으로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거래는 실제 자산이 유출된 것은 아니지만, 대외 지표상으로는 보유액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는다.
그럼에도 금융시장에선 수치 그 자체보다 ‘심리적 신호’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국가 신용등급, 투자심리, 환율 불안 등 각종 파급효과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외환보유액이 무너진다 해도 당장 위기는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외환위기 재현’이라는 불안은 단순한 기우로만 남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