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이후 최대 ‘머니무브’… 34년 만에 “7조 원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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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이상 정기예금 감소
은행 예금(CG)/출처-연합뉴스

은행 정기예금에서 역대급 자금 이탈이 진행 중이다. 특히 만기 2년 이상 장기 상품에서만 무려 7조원 넘는 돈이 빠져나가면서, 1991년 통계 작성 이후 34년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외환위기였던 1998년(-3.6조원)의 두 배가 넘는 충격적인 규모다.

25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25년 12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만기 2년 이상 정기예금 잔액은 52조9,86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7조7,128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1년 미만 정기예금은 6조원, 1~2년 미만은 24조4,752억원 늘어나며 전체 정기예금 잔액은 오히려 22조원 증가했다. 장기 상품만 선택적으로 외면받은 셈이다.

“묶어두기엔 기회가 너무 많다”

서울 시내 은행 ATM기/출처-뉴스1

자금이 장기에서 단기로 이동한 배경에는 자산시장 전반의 강세가 자리잡고 있다. 2026년 2월 중순 코스닥은 1,000선을 돌파했고, 투자자 예탁금은 1월 29일 103조7,072억원으로 역사상 처음 100조원을 넘어섰다. 주식시장으로 쏠린 자금은 2026년 1월 한 달 동안만 5대 은행 요구불예금에서 30조7,450억원을 끌어냈고, 2월 중순엔 이틀 만에 16조원이 추가로 빠져나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식, 부동산, 가상자산 등 투자 기회가 늘면서 자금을 2년 넘게 묶어두는 데 부담이 커졌다”며 “단기로 운용하며 시장 상황을 지켜보려는 수요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만기가 긴 금융 상품에서 수익 증권 등으로 투자 수요가 이동하는 자금 흐름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은행도 장기 예금 꺼린다

흥미로운 점은 은행들조차 장기 예금 유치에 소극적이라는 사실이다. 24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6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최고금리는 약 2.8%로, 36개월 만기 상품(약 2.4%)보다 0.4%포인트 높았다. 일반적 금리 구조와 정반대인 ‘역전 현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은행 입장에선 높은 금리를 오래 지급해야 하는 장기 예금 유치에 신중해졌다”고 밝혔다. 시장 상황에 맞춰 금리를 조정할 수 있는 단기 자금 조달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반면 자금 유출에 직격탄을 맞은 저축은행들은 정기예금 금리를 인상하며 방어에 나섰다.

“자금 배분 구조 재편 신호”

출처-연합뉴스

금융업계에서는 이번 장기예금 이탈을 단순 일시적 현상이 아닌, 저금리 시대 투자자들의 자금 배분 전략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가상자산 월간 거래대금이 2024년 12월 541조원에서 최근 코스피·코스닥의 10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된 반면, 증시는 연일 신고점을 경신하며 자금 흡수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세무 전문가들은 “투자 수익 극대화를 위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다만 예금 이탈이 과도하게 진행되면 은행 건전성과 저축은행 경영 악화 우려도 함께 커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1991년 이후 34년 만의 기록은 한국 금융시장의 지형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지표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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