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한국 증시가 2026년 3월 9일 오전 7%대 폭락하는 ‘블랙먼데이’를 맞았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로 걸프 지역 원유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파가 번지고 있다.
코스피는 이날 오전 9시 23분 기준 전일 대비 399.18포인트(7.15%) 급락한 5185.69를 기록하며 5200선마저 붕괴됐다. 코스닥 지수도 66.45포인트(5.76%) 내린 1088.21에 거래됐다.
사이드카 발동·유가 100달러…충격의 연쇄 반응
이날 오전 9시 6분, 코스피200선물지수가 전일 대비 6.49% 급락하며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사이드카는 선물지수가 5%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될 경우 5분간 매도호가 효력을 정지시키는 시장 안정 장치다.
유가 충격은 전날 밤부터 예고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 시간 기준 이날 오전 7시께 브렌트유와 WTI 모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WTI가 100달러를 돌파한 것은 2022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유가 급등은 중동 분쟁으로 인한 걸프 지역 원유 공급망 훼손이 직접적 원인으로 분석된다.
외환시장도 요동쳤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6.6원 급등한 1493.0원에 개장하며 1500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유가 급등과 원화 약세가 맞물리면서 수입 물가 상승 우려까지 가중되는 형국이다.
외국인·기관 ‘팔자’…개인만 1조 넘게 순매수
투자 주체별 수급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7226억원, 5136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홀로 1조2079억원을 순매수하며 낙폭을 일부 방어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일제히 급락했다. SK스퀘어(-10.04%)와 현대차(-9.40%), 기아(-8.68%)가 두드러진 낙폭을 보였고, 삼성전자(-8.42%)와 SK하이닉스(-8.87%) 등 반도체주도 나란히 8%대 급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주 말 뉴욕증시도 유가 급등과 고용 지표 충격이 겹치며 다우(-0.95%), S&P500(-1.33%), 나스닥(-1.59%) 등 3대 지수가 약세 마감한 바 있다.
“전쟁 장기화 실익 없어”…시장은 단기 조정 가능성 주목
증권가에서는 이번 폭락을 펀더멘털 훼손보다는 지정학적 변수에 따른 단기 과반응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제기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란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국의 전쟁 지속 능력 약화를 의식할 수밖에 없고,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유가 급등과 경기 둔화의 조합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하락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쟁 장기화가 양국 모두에 실익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증시 조정은 국내 펀더멘털과 정책 동력을 감안하면 매수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될 경우 유가 안정과 함께 증시 반등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중동 사태의 전개 방향에 따라 변동성이 한층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계감도 공존하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