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버렸다”… 세계 최강 美 해군, 한국 앞에 ‘기웃기웃’, 탐내는 ‘이 기술’의 정체는?

미 해군성 장관 “모든 프로그램 엉망진창”
한국 조선소에 쏠린 기대
법적 장벽 넘어야 현실화

미국 해군성 장관이 의회에서 자국 조선업을 ‘엉망진창’이라고 직접 비판한 가운데, 한국의 조선 기술력이 미국 해양력 부활의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모든 프로그램이 ‘엉망진창’

존 펠란 미 해군성 장관은 지난 6월 하원 청문회에서 “우리 조선업의 모든 프로그램이 엉망진창”이라며 “가장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도 일정은 6개월 지연되고 예산은 57%나 초과한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미국 조선업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이 발언은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런 상황에서 CNN은 지난 21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와 한화오션 거제조선소를 집중 조명했다. 두 조선소 관계자들은 CNN 취재진에게 “기회만 주어진다면 미국 조선업 재건에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특히 중국의 해군력 급부상으로 위기에 직면한 미 해군에 미사일 장착 구축함, 소형 구축함, 잠수함 등의 건조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16년 경력의 숙련공이 만든 차이

한국 조선업이 미국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무엇일까. CNN은 숙련된 인력과 효율적 물류 시스템을 핵심으로 꼽았다.

HD현대중공업의 3만2천여 명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16년에 달한다. 살바토레 R. 메르코글리아노 미국 캠벨대 교수는 “한국 조선소가 군함과 상선을 동시에 건조하는 것이 핵심 인력 유지의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공급망의 효율성도 눈에 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작은 국토에 중공업 시설이 남부 지역에 집중되어 있어, 조선소가 필요한 부품과 자재를 인근에서 신속하게 조달할 수 있다. 반면 미국은 넓은 국토로 인해 물류비용이 높고 조달 시간도 오래 걸린다.

CNN 취재진이 현장에서 목격한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작업 현장에서도 모든 인력이 긴밀하게 협력하며,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한국은 배를 기한에 맞춰 예산을 초과하지도 않고 만들어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스가’ 프로젝트의 현실적 장벽

한국의 기술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법적 제약이다.

현재 미국법은 국가 안보와 자국 조선업 보호를 이유로 해군 함정의 해외 건조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미 의회가 매년 통과시키는 국방수권법과 국방부 세출법 모두 ‘군함의 해외 건조 금지’ 조항을 명시하고 있다. 한국 조선소에서 미국 군함의 수리는 가능하지만 건조는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변화의 조짐도 감지된다. 올해 들어 미 상하원에서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 등 군함 해외 건조를 허용하는 법안들이 발의되어 논의 중이다. 이 법안들은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 조선소에서의 군함 건조를 예외적으로 인정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과거 미 해안경비대 선박의 부품 모듈을 일본이나 유럽 동맹국에서 생산해 미국에서 최종 조립한 사례는 있었다. 하지만 주력 전투함 등 핵심 군함을 해외에서 완전히 건조한 경우는 아직 없다.

미국 허드슨연구소의 마이클 로버츠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조선 기술 없이는 미국 해양력 복원이 불가능하다”며 한화가 인수한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를 상징적 사례로 제시했다.

한화는 이 조선소 현대화와 생산능력 확충에 약 7조 원을 투자하고 있어,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기술 이전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CNN은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가 관련 법률을 개정하고 비자 문제도 원활히 해결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결국 한국이 ‘기술 엔진’ 역할을 하고 미국이 ‘정책과 인프라 기반’을 제공할 때 마스가 구상이 현실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