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돌아왔다.” 조선업계의 환호성이 귓가에 생생하다.
20년 만에 찾아온 조선업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반도체와 자동차가 아닌 바다 위에서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움트고 있다.
한국 조선업이 20년 만의 슈퍼사이클에 진입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글로벌 물동량 증가와 노후 선박 교체 수요가 맞물리면서다.
지난 10월 발표된 신조선가 지수는 계속해서 상승세를 이어가며 190포인트에 근접, 역대 최고치인 2008년 9월의 191.6 포인트에 바짝 다가섰다.
조선 빅3로 불리는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은 올해 3분기에 모두 흑자를 달성하며 본격적인 실적 개선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한국 조선사들의 압도적인 기술력이다. 올해 1분기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선 29척과 암모니아선 20척을 한국 조선소들이 모두 수주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 한국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결과다.
이러한 성과는 지속적인 투자의 결실이다. 국내 조선 3사는 지난해 R&D 비용으로 총 3074억 원을 투자했다. 전년 대비 17.7% 증가한 수치다.
특히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단독으로 1624억 원을 R&D에 투자하며 기술 혁신에 박차를 가했다.
정부도 조선업 부활에 힘을 보태고 있다. 향후 5년간 7100억 원을 투자해 첨단 조선 기술 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K조선 차세대 이니셔티브’를 통해 미래형 조선 산업으로의 전환도 추진중이다.지난 3월 정부와 조선 3사는 친환경·자율운항 선박, 디지털 전환 등에 9조 원을 공동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한편, 업계는 이번 호황이 단기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공급 부족 현상이 최소 3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며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 수요까지 감안하면 장기 호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11월 1~20일 수출 통계도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한다. 이 기간 선박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77.1% 증가했다. 반도체(42.5%)보다 높은 증가율이다.
조익노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은 “월말까지 선박을 포함한 주력 품목의 견조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선업계는 친환경 연료 추진 기술, 자율운항 시스템, 디지털 전환 등 차세대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20년 만에 찾아온 수퍼사이클을 기회삼아 조선업계가 다시 한번 훨훨 날아오르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