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일한 죄밖에 없는데 “아들아 미안하다”… 5060 부모들의 ‘피눈물’, 대체 왜?

아버지 일자리는 늘고
아들 일자리는 줄었다
해법은 ‘일본식 모델’?

“평생직장은 옛말, 이제는 ‘평생 일자리’ 시대다.” 당장 내 노후도 걱정이지만, 청년 실업에 허덕이는 자식 세대를 보면 마음이 무겁다.

고령화 사회의 숙명인 ‘정년 연장’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아버지 세대는 웃고 아들 세대는 울었다

단순히 법정 정년만 늘리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지난 2016년의 경험이 증명한다.

당시 정부는 임금체계 개편 없이 법정 정년을 만 60세로 연장했다. 그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한국은행이 지난 4월 8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정년 연장 후 8년간 55~59세 임금근로자는 약 8만 명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23~27세 청년 근로자는 오히려 11만 명이나 줄었다.

고령 근로자 한 명의 일자리가 보장될 때, 청년 1.5명의 일자리가 사라진 셈이다.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대안으로 한국은행은 일본의 사례를 제시했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법정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정착시켰다.

60세에 정년퇴직한 근로자를 기업이 65세까지 의무적으로 고용하되, 임금은 퇴직 전보다 평균 40%가량 낮추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어 청년 채용 여력을 확보하게 하고, 고령 근로자는 퇴직 후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65세까지 소득이 끊기는 ‘소득 크레바스’를 메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년 퇴직한 근로자를 다시 고용하는 제도가 이미 현장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기업 규모에 따라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9일 발표한 ‘2024년 계속고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원 1천 명 이상 대기업의 83.9%가 재고용 제도를 운영하며 고령 인력을 적극 활용하고 있었다.

풀기 힘든 세대 갈등, 사회적 합의가 먼저다

하지만 이 해법이 우리 사회에 순탄하게 적용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재고용은 결국 임금 삭감을 정당화하는 꼼수”라며, 임금 삭감 없는 ‘법정 정년 65세 연장’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유연한 임금 조정을 전제로 한 재고용 방식을 선호한다.

정부는 현재 재고용 제도를 도입한 기업에 근로자 1인당 월 30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며 참여를 유도하고 있지만, 노사 간의 깊은 불신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가 경쟁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세대 간의 상생을 위한 지혜로운 해법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