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관세 위기, 한미 공방 격화
한국산 의약품, 보건 협력 강조
‘안보’ 논리에 맞서 경제논리 펼쳐

“의약품에도 관세가 붙는다고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약품에 대해 품목별 관세를 2주 내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이후, 국내 바이오업계는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와 대형 제약사들은 물론, 정부 역시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한 대응에 착수했다.
“2주 안에 큰 발표”… 업계, 즉시 비상 대응 체계로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의약품 제조 촉진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앞으로 2주 이내 의약품과 관련한 중대한 발표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그동안 다른 나라들에 매우 불공정하게 착취당해 왔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 발언은 곧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으로 해석되며 파장을 일으켰다.
현재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연간 약 39억 7000만 달러어치의 의약품을 수입하고 있으며, 이 중 94% 이상이 바이오의약품이다. 의약품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한국 제약업계는 즉각 경계 모드에 돌입했다.

한국바이오협회를 포함한 단체들은 바이오헬스 기업들을 대상으로 관세 영향 진단에 착수했으며, 정부 역시 ‘바이오헬스산업 관세피해지원센터’를 지난달부터 운영 중이다.
정부, 미국에 의견서 제출… “위협 아닌 기여”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보건복지부는 미국 상무부에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지난 4일(현지시간) 제출했다.
정부는 이 서한에서 “한국산 의약품 수입은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공급망 안정성과 환자 접근성 제고에 기여한다”는 논리를 폈다.

의견서에는 팬데믹 당시 양국의 공조 사례와 함께, 국내 위탁생산(CDMO) 기업들이 미국 제약사 생산을 뒷받침한 사실도 강조됐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수입제한을 넘어선,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안보화’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의약품의 국가안보 영향을 조사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는 영화·반도체·자동차 부품 등으로 확전 중인 ‘관세 전선’과 궤를 같이한다.
관세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미국 내부에서도 커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 품목에 관세를 시사한 것은 지지층 결집용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관세 유예 조치 이후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트럼프가 다시 전방위 압박 모드로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은 이르면 2주 내 나올 전망이다. 한국산 의약품의 ‘보건 기여’가 관세 장벽 앞에서 얼마나 유효할지, 그 시험대 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