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의 개입’인데 효과는 찔끔…석유 최고가격제, 1주일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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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석유 가격 자유화 이후 약 30년 만에 정부가 직접 기름값에 손을 댔다. 중동 전쟁발 유가 급등을 막기 위해 지난 13일 전격 도입한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 1주일을 맞았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안정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18일 기준 서울 보통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L)당 1,853.22원이다.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약 35원 내렸지만, 중동 전쟁 발발 초기인 이달 1일(1,751.75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101.47원 높은 수준이다.

이스라엘이 이란 최대 가스전을 폭격하고 이란이 반격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한 것이 발단이었다. 정부는 국내 휘발유 가격이 단기간에 200원 가까이 치솟자 이례적인 가격 상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90% 주유소 가격 인하…그런데 폭이 너무 작다

정부와 시민단체 집계에 따르면,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전국 주유소의 약 90%가 휘발유·경유 가격을 내렸다. 현재 고시된 최고가격은 휘발유 리터당 1,724원,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이다.

최고가격제 시행 첫날 전국 기름값 두자릿수↓…휘발유 1천873원 / 연합뉴스

겉으로 보면 정책이 시장을 움직인 셈이지만, 수치를 뜯어보면 평가가 달라진다. 전쟁 직후 단기간에 가파르게 오른 상승분에 비해 하락 속도는 현저히 느렸다. 시장에서는 ‘올릴 때는 빠르고 내릴 때는 느리다’는 기존 흐름이 완전히 바뀌지 않았다고 분석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유가가 훨씬 가파르게 치솟을 가능성이 높았다”며 단기 안정 효과를 인정했다. 그러나 “30년 만에 가동되는 제도인 만큼 구체적 효과를 단정하기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주유소 ‘팔수록 적자’…재정 부담도 눈덩이

정책 부작용은 일선 주유소에서 먼저 드러나고 있다. 주유소 업주들은 3월 초 이미 높은 가격에 유류를 확보해 놓은 상태에서,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으로 재고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카드 수수료까지 고려하면 고가 재고는 팔수록 적자라는 지적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정유사는 이미 손실 상황이지만 보상은 수개월 뒤에 이뤄지기 때문에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재정으로 손실을 보전하는 구조인 만큼, 국제유가 불안이 장기화될수록 재정 부담도 함께 불어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석유 최고가격제’ 1주일…주유소 90%가 내렸지만 소비자 “체감 안 돼” / 뉴스1

백철우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인위적으로 낮아진 가격은 수요 조절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며 시장 기능 왜곡 가능성을 경고했다. 특히 다음 고시 시점에 국제유가 상승분이 한꺼번에 반영될 경우, 소비자 가격 변동성이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차량 5부제·에너지 다이어트’…수요 관리로 무게중심 이동

정부도 최고가격제만으로 상황을 관리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추가 대응을 검토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범사회적 에너지 절약 확산과 함께 자동차 5부제 또는 10부제 같은 수요 절감 대책을 주문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도 국민 차원의 ‘에너지 다이어트’ 필요성을 언급했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위적 최고가격제보다 시장 가격을 반영하는 것이 더 근본적인 수요 억제책”이라며 “가격이 오르면 승용차 이용이 줄고 대중교통 수요가 늘 수 있다”고 제시했다. 정부는 4월 안에 최대 20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취약계층 에너지바우처 지원 등 타깃 지원책도 병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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