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여기서 더 올려달래”…부동산 급등에 대응 나선 세입자들

2분기 전셋값 상승에 갱신권 사용 급증
강남 집값 급등으로 전세가율 하락세
서울 부동산 투자 패턴 변화
전셋값
서울 전셋값 / 출처: 뉴스1

“전세 보증금을 오천만 원이나 올려 달라고요? 이건 말이 안 됩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김 모(35) 씨는 얼마 전 집주인으로부터 받은 전화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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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계약갱신요구권을 활용해 5% 인상으로 재계약을 맺을 수 있었지만, 2년 후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불안하다. 이처럼 치솟는 전셋값에 서울 임차인들의 숨통이 막혔다.

올 2분기까지 전셋값 상승 부담으로 임차인들은 계약갱신요구권에 의존했지만, 최근 강남권에서는 집값이 더 빠르게 상승해 전세가율이 급격히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임차인의 방패, 갱신권 사용률 절반 육박

전셋값
서울 전셋값 / 출처: 뉴스1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2023년 6월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임차인들의 부담이 커졌다.

22일 부동산R114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 2분기 서울 아파트 전월세 갱신계약 비중은 44.5%로 2022년 3분기(45.4%)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갱신계약 중 계약갱신요구권 사용 비중이 49.7%로 절반에 육박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전셋값 상승기에 임차인들은 보증금 인상률을 5% 이내로 제한할 수 있는 갱신권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갱신권을 사용한 임차인의 평균 보증금 인상액은 2,413만 원(인상률 4.3%)에 그친 반면, 사용하지 않은 임차인은 평균 4,973만 원(인상률 10%)을 더 부담해야 했다.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임차인들에게 갱신권은 중요한 보호막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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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셋값 / 출처: 뉴스1

강남 집값 질주, 전세가율 30%대로 추락

하지만 최근 들어 강남 지역에서는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집값이 전셋값보다 더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전세가율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23일 부동산R114가 서울 25개 자치구 아파트를 분석한 결과, 5월 기준 서초구의 전세가율은 37.1%로 집계됐다.

송파구는 38.4%, 강남구는 39.1%로 모두 30%대로 하락했다. 이는 전셋값이 매맷값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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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셋값 / 출처: 뉴스1

특히 이들 지역의 전세가율은 올해 들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강남구의 전세가율은 1월 대비 2.8%포인트 하락했고, 송파구는 2.7%포인트, 서초구는 2.4%포인트 내렸다. 집값 상승세가 전세 시장을 앞지르고 있는 것이다.

투자가치 급등한 서울, 갭투자도 ‘난이도 상승’

이렇게 강남을 중심으로 전세가율이 하락하는 현상은 서울 부동산 시장 전체의 투자 패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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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매매가격은 투자 가치, 전세가격은 사용 가치를 의미하는데, 전세가율 하락은 투자 가치가 사용 가치를 크게 앞서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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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셋값 / 출처: 뉴스1

그는 “갭투자 이제 서울에서는 갭투자도 상당한 자기 자본이 필요한 시장이 됐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며, 서울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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