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카드 마지막 벽이 무너졌다
이제 아이폰으로 지하철을 탄다

“아이폰에 교통카드 기능은 안 된다고 해서 그냥 포기했었죠.”
오랜 시간 실물 티머니 카드를 지갑에 넣고 다녔던 아이폰 이용자들이 이제 더는 불편을 감수하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교통카드 서비스의 핵심 주체인 티머니가 애플페이 도입을 공식화하면서, 아이폰과 애플워치에서도 대중교통 요금을 결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로써 삼성페이에만 가능했던 국내 교통카드 기능이 아이폰 진영에도 처음으로 구현될 예정이다.
아이폰 유저들, 지갑 놓을 준비 끝났다

티머니는 지난 16일 자사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아이폰과 애플워치에서 티머니가 가능해진다”고 선언했다. 티머니 측도 애플페이 연동이 사실임을 인정하며, 다만 구체적 내용은 추후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애플페이는 2023년 3월 국내 출시된 이후 줄곧 대형 프랜차이즈나 편의점 등 일부 오프라인 매장에만 국한됐고, 교통카드 기능이 빠져 있어 ‘반쪽짜리’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동안 아이폰의 NFC 기능이 애플페이에만 제한적으로 열려 있었고, 애플이 사용하는 글로벌 결제 표준 ‘EMV 콘택트리스’가 국내 교통 단말기와 호환되지 않는 점도 큰 걸림돌이었다.
게다가 애플이 부과하는 수수료 부담까지 겹쳐 카드사와 교통사업자들은 도입에 난색을 보여왔다.

티머니의 결단은 카드사들의 전략에도 속도를 붙이고 있다. 신한카드는 이미 지난해 12월 금융당국으로부터 애플페이 관련 약관 승인을 받았으며, 내부적으로 ‘아이페이(iPay)’라는 브랜드도 등록한 상태다.
하나카드는 아예 손목에 차는 웨어러블 결제 밴드 ‘비바터치’를 선보이며 애플페이와 유사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업계는 이를 사실상의 애플페이 대응책으로 본다.
기술, 돈, 정책 모두 넘어야 했다
아이폰 교통카드 기능이 이토록 늦어진 배경에는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다.
애플의 폐쇄적 NFC 정책으로 인해 타사의 간편결제 앱이 교통기능을 구현할 수 없었고, 기존 단말기와 호환되지 않는 결제 표준으로 인해 단말기 교체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교통카드 사업자는 애플 측에 0.15% 수수료를 지불해야 했는데, 이는 이미 적자에 시달리던 사업자들에게 결정적인 부담으로 작용했다.
결과적으로 기술·비용·정책적 이슈들이 얽히며 수년간 협상이 지연됐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이폰 점유율이 빠르게 오르고, 특히 10~20대를 중심으로 실물 카드 없는 간편결제 수요가 급증하면서 티머니와 애플 간 협상도 급물살을 탔다.
업계 관계자는 “지갑 없이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결제가 가능한 시대가 본격화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