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로 사재기 확산 중
한국 선크림부터 식재료까지
물가상승 우려에 미리 구매 열풍

“앞으로 한국산 선크림을 구할 수 없을까 걱정돼 1년 치를 미리 사뒀어요.”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한 미국 소비자의 고백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으로 인한 물가상승 우려에 미국 전역에서 때아닌 사재기 열풍이 불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의외의 품목들이 미국인들의 장바구니를 채우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산 선크림부터 고양이 사료까지… 의외의 사재기 품목들
워싱턴포스트(WP)가 10일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분석한 결과, 미국인들이 관세 부과로 인한 가격 인상을 우려해 다양한 수입품을 미리 구매하는 현상이 포착됐다.

WP는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미국인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로 인해 사재기에 나선 품목 8개를 추려 소개했다.
특히 한국산 선크림은 자외선 차단 기능을 갖추면서도 질감이 산뜻하고 다른 화장품과 잘 어울린다는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 미국 소비자들이 이를 비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미국은 자외선 차단제를 의약품으로 규제하고 있어 한국산 제품과 같은 품질의 선크림을 자체 생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는 ‘지금 구매해야 할 미용 제품’으로 한국산 선크림이 추천되며 구매 열풍을 주도했다.

선크림 외에도 마른 김, 고양이 사료, 인스턴트 커피, 헤어 번들, 보드게임, 향수, 웨딩드레스까지 사재기 대상이 다양하다.
김의 경우 대부분 아시아에서 수입되므로 가격 상승을 예상한 미국 내 스시 레스토랑 운영자들이 일본 등지에서 김을 미리 대량 구매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연준 인사들 “관세가 물가와 기에 악영향 줄 것”
관세 인상으로 인한 물가 상승 우려는 일반 소비자뿐 아니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 사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관세 정책의 경제적 충격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관세로 인한 가격 변동은 소비자와 공급자 간의 힘겨루기로 이어질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일부 비용은 반드시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바킨 총재는 또한 “가격 인상이 어려운 기업들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인력 감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도 같은 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사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수입이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1%에 불과해 관세의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핵심 부품이나 소재에 관세가 적용되면 생산비용이 전반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비자들이 불안감에 소비를 줄이고 기업들이 투자를 보류한다면 경제 전반에 심각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90일 유예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불안감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행사에서 유예 결정의 배경에 대해 “사람들이 겁을 먹었다”며 금융시장의 부정적 반응을 고려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90일 유예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유예 기간이 끝나면 다시 관세 불확실성이 재현될 수 있고, 중국에 대한 관세는 오히려 125%로 인상되어 글로벌 공급망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이에 미국 소비자들의 사재기 현상은 다소 완화될 수 있으나,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에 대한 불안감은 지속될 전망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일시적으로 유예되었을 뿐, 미국 소비자들과 기업들은 여전히 ‘지금 아니면 못 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경제적 불확실성과 마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