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가 코앞인데 “아들, 이대로는 힘들어”… 비상등 켜진 5060 ‘발 동동’

늘어나는 30대 캥거루족
가구 부담 가중되는 부모 세대
노후 자금 마련 이중고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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캥거루족 증가에 부모 세대 부담 / 출처: 연합뉴스

“은퇴를 앞두고 있는데 아들이 아직도 집에 있으니 앞날이 걱정입니다.”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 사는 정년을 1년 앞둔 김 모 씨(59)의 한숨 섞인 고백이다.

그는 얼마 전 소기업에 재직 중인 아들 아들(32)에게 생활비를 더 부담해달라고 말했다. 아들을 탓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은퇴 후 노후 자금 마련에 대한 불안감이 날로 커지고 있었다.

곳곳에서 펼쳐지는 이러한 모습은 캥거루족을 둔 5060세대의 절박한 현실을 보여준다.

30대까지 확대되는 캥거루족 증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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캥거루족 증가에 부모 세대 부담 / 출처: 연합뉴스

지난해 발표된 서울연구원의 ‘서울 시민의 생애과정 변화에 따른 빈곤 위험 대응방안’ 보고서는 충격적인 결과를 보여준다.

35세 시점에 부모와 동거하는 비율이 10년 새 18.6%에서 32.1%로 급증한 것이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거주 1981~1986년생의 캥거루족 비율은 41.1%로, 1971~1975년생(22.8%)의 거의 2배에 달했다.

한국고용정보원 황광훈 부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특히 30대 초중반에서 두드러진다.

30~34세 캥거루족 비율은 2012년 45.9%에서 2020년 53.1%로 7.2%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25~29세는 분석 기간 내내 80% 수준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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캥거루족 증가에 부모 세대 부담 / 출처: 연합뉴스

이는 청년층의 취업 시기가 늦어지고 비혼, 만혼 등 결혼 문화가 변화하는 사회적 현실을 반영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최근 2~3년간 캥거루족 비율이 소폭 감소하는 추세가 관찰되고 있지만, 이 흐름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장기적 추세인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독립하지 못하는 청년들의 경제적 현실

캥거루족의 증가 배경에는 청년들의 열악한 경제 상황이 자리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캥거루족은 독립한 청년들보다 모든 경제지표에서 뒤처지는 경향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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캥거루족 증가에 부모 세대 부담 / 출처: 연합뉴스

등록취업자 비율은 캥거루족 68.5%, 독립 청년 77.2%로 약 9%포인트 차이다. 임금 수준의 격차는 더욱 뚜렷하다. 상시 임금근로자의 중위소득은 캥거루족이 2932만 원으로, 독립 청년(3553만 원)보다 621만 원이나 적다.

주택 소유 비중 역시 캥거루족 6.5%, 독립 청년 14.1%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특히 학력, 직장 규모, 고용 형태에 따른 차이가 두드러진다. 고졸 이하, 소기업 종사자, 저임금 노동자일수록 부모 곁을 떠나지 못하는 비율이 높았다.

미취업자의 캥거루족 비중은 2012년 47.4%에서 2020년 66.06%로 무려 18.6%포인트나 급증했으며, 임시일용직 근로자(72.2%)는 상용직(63.1%)보다 독립률이 낮았다.

청년 취업난
캥거루족 증가에 부모 세대 부담 / 출처: 연합뉴스

노후준비 비상에 자녀 부양까지… 이중고에 시달리는 부모세대

자녀가 독립하지 못하는 상황은 은퇴를 앞둔 5060 세대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통계청의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은퇴 가구 중 생활비가 ‘부족하다’는 응답이 57.0%로 절반을 넘었다.

은퇴한 가구주들은 월 336만 원을 적정 생활비로 꼽았지만, 실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수급액은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부부 기준으로 은퇴 후 기초·국민연금 외에 150만 원 이상의 추가 수입이 필요한 실정이다. 30년으로 환산하면 약 5억 400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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캥거루족 증가에 부모 세대 부담 / 출처: 연합뉴스

하지만 40대 이하 가구주의 순자산 보유액은 39세 이하 2억 2158만 원, 40대 4억 5064만 원 수준에 그친다.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는 동시에 독립하지 못한 성인 자녀를 부양해야 하는 이중고는 5060세대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킨다.

황광훈 부연구위원은 “캥거루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며 “청년들이 안정적인 일자리에서 자신의 소득을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모와 자녀 모두의 경제적 안정을 위한 사회적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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