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시장은 5,500선을 돌파하며 연일 축제 분위기다. 하지만 일하는 사람들의 지갑은 점점 얇아지고 있다. 2026년 1월 고용동향은 이런 역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취업자 증가폭은 10만8천명으로 2024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실업률은 4.1%로 올라섰다. 청년층 고용률은 43.6%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1년 41.1%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금융시장의 뜨거운 열기와 고용시장의 차가운 냉기. 정용택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13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최근 발표된 1월 고용동향은 지금 금융시장에 형성되어 있는 ‘들뜸’과는 동떨어진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성장률 기대치는 1%대 후반에서 2%대 초반으로 상향 조정되고 있지만, 그 성장의 과실이 노동자에게 돌아가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0년 이후 벌어진 소득 분배의 격차
이런 구조적 변화를 가장 명확히 보여주는 지표는 노동소득분배율과 자본소득분배율의 흐름이다. 노동소득분배율은 국민총소득에서 노동자가 임금과 보수로 받는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을, 자본소득분배율은 이윤·이자·배당 등 자본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다.
정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20년을 기점으로 노동소득분배율은 빠르게 하락하기 시작했고, 반대로 자본소득분배율은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을 보유한 자산가들은 배당과 이자 수익으로 부를 불려가는 반면, 월급에 의존하는 노동자들의 몫은 점점 줄어드는 ‘K자형 경제’가 한국에서도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향후 인공지능(AI)의 본격적인 영향이 반영되면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AI 도입으로 생산성이 향상되더라도 그 이익이 임금 상승이 아닌 자본 이익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왜 흐름을 바꾸지 못하나
그렇다면 정부는 이런 양극화 추세를 막을 수 있을까. 정 이코노미스트의 진단은 부정적이다.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고 미래가 불분명해진 국제정세를 고려할 때, 정부 정책은 ‘경쟁력’에 방점을 찍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더 큰 딜레마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주가 부양 정책에 있다. 정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을 멈추고 상승하던 시기 주식시장은 약세를 보였다”며 “주가 상승을 주도하는 지금 정부 정책과 노동소득 확대 정책은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 정부는 2026년부터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을 적용하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배당주에 우호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정부가 힘을 쏟고 있는 주가부양정책들은 결국 자본소득분배율을 높이는 정책”이라며 “이는 뒤집어 보면 정부가 의도하지 않은 결과지만, 노동소득분배율을 낮추는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양극화 심화, 돌이킬 수 없나
과거 한국은 소득주도 성장론을 통해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이려 시도한 적이 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소득증대세제, 기업소득환류세제 등이 그 수단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정책 방향은 이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런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화자산운용 등 운용사들은 정부의 배당 활성화 정책이 배당주의 재평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며, 배당주가 투자자들의 핵심 자산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장기적으로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은 가계의 소비 여력을 직접 제한하는 요인이 되며, 결국 내수 경제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그 성장이 소수의 자본 소유자에게만 집중되는 구조에서는, 대다수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는 여전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