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해저케이블 시장 절반 장악
2025~2027년 18조원 투자 전망
AI 시대 디지털 안보 핵심 인프라

눈에 띄지 않지만, 인터넷의 대부분은 바닷속을 흐른다. 세계 데이터와 통신의 95% 이상이 해저에 깔린 케이블을 통해 이동하는 것이다.
최근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이 해저 통신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메타,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는 이미 전체 해저망의 절반 이상을 장악했고, 향후 투자 규모도 두 배 이상 확대될 전망이다.
바닷속 ‘정보 고속도로’, AI 시대의 핵심 자산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대형 데이터센터 확산이 맞물리며, 해저 통신망의 전략적 가치가 급상승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해저 케이블 기업 알카텔 서브머린 네트웍스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메타,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가 전 세계 해저망 절반 이상을 장악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텔레지오그래피도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한다. 2025년부터 2027년까지의 해저망 투자 규모는 약 13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8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불과 3년 전 대비 거의 두 배 가까운 수준이다.

전 세계 데이터와 통화의 95% 이상이 160만km에 달하는 해저 케이블을 통해 오간다. 스트리밍, 금융,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무엇보다 인공지능의 학습과 연산을 위한 데이터 송수신에도 필수다.
메타의 인프라 담당 부사장 알렉스 에임은 “AI는 단순히 컴퓨팅 파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를 실시간으로 연결해줄 해저망이 없다면, 데이터센터는 그냥 값비싼 창고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5만km 연결망’부터 ‘HD 영화 1250만편’까지

글로벌 빅테크들은 이미 바닷속에서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메타는 올해 초 5개 대륙을 연결하는 5만km 규모의 초대형 해저망 ‘프로젝트 워터워스’를 발표했다.
이 케이블은 완공 시 세계에서 가장 긴 해저망으로 기록될 예정이다. 아마존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자사 최초의 단독 해저망 프로젝트인 ‘패스트넷(Fastnet)’을 공개했다.
이는 미국 메릴랜드와 아일랜드 코크를 잇는 이 케이블의 전송 용량은 초당 320테라비트. HD 영화 1250만 편을 동시에 스트리밍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구글 역시 지금까지 30개가 넘는 해저 케이블에 투자해왔으며,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솔(Sol)’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해저망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전쟁·해킹·사고…해저망을 노리는 위험

이처럼 디지털 산업의 핵심이 된 해저 케이블은 국가 안보의 최전선으로도 떠올랐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단순한 사고로 보기 힘든 케이블 손상 사례가 급증했다.
사이버보안 기업 ‘리코디드 퓨처’의 매튜 무니 국장은 “발트해와 대만 인근에서 2024년과 2025년에 해저 케이블 손상이 급증했다”며 “이들 중 상당수는 고의적 파괴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올해 1월부터 ‘발틱 센트리(Baltic Sentry)’ 작전을 시행하고 있다. 드론, 항공기, 잠수정을 동원해 발트해 해저망을 실시간 감시하는 방식이다.

미국도 대응에 나섰다.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중국과 러시아 등 적대국과 직접 연결되는 케이블에 제한을 두고, 화웨이나 ZTE 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규제를 강화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저 케이블은 이제 국가 간 데이터를 연결하는 단순 통로가 아니다”라며 “AI와 클라우드 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생명선”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AI·데이터센터 붐인 시대에서 전력망, 반도체 공급망에 이어 해저 통신망이 ‘디지털 안보의 3대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