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에도 제네시스 생산 확대
울산공장 5월 특근 5회로 풀가동
럭셔리 브랜드로 확고한 입지 다져

‘트럼프 관세 폭탄’으로 불리는 25% 자동차 관세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현대차 울산공장은 오히려 생산량을 늘리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관세 충격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에서 탄탄한 수요가 이어지면서 현대차는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중심으로 생산 라인을 풀가동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미국 관세에도 특근까지… 제네시스의 역설
현대자동차가 5월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국내 생산을 확대한다.

29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5월 제네시스 차량을 생산하는 울산 2·5공장의 휴일 특근 횟수를 5회로 최종 확정했다. 근로자의 날인 5월 1일을 제외하면 사실상 풀 가동 체제로 전환한 셈이다.
이는 지난 3일부터 미국이 수입산 자동차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시장에서 여전히 탄탄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울산 2·5공장은 제네시스의 모든 차종을 생산하는 핵심 시설로, GV60, GV70, GV80 등 SUV 모델과 G70, G80, G90 등 세단 라인업을 모두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제네시스의 생산 확대는 전기차 시장의 침체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아이오닉 5를 생산하는 울산 1공장 2라인은 지난 24일부터 30일까지 생산을 중단했으며, 5월에도 특근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이는 프리미엄 내연기관 차량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견고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가격 높아도 잘 팔리는 ‘프리미엄 파워’
울산 2·5공장의 생산라인이 쉴 틈 없이 돌아가는 배경에는 제네시스에 대한 폭발적인 시장 반응이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올해 1분기 국내에서 3만 1007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1.6% 줄어든 수치지만, G80과 GV70 등 주요 모델의 인기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시장에서의 성적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미국에서는 올 1~3월 1만 7500대를 판매하며 역대 1분기 최고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에도 미국에서 7만 5003대를 판매하며 연간 판매량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제네시스는 올해 해외 누적 판매 50만 대 달성을 앞두고 있다.
제네시스가 미국에서 인기를 끄는 비결은 가격 경쟁력이 아닌 품질과 디자인에 있다.

미국 소비자들은 제네시스의 독특한 두 줄 디자인 시그니처와 럭셔리한 실내 마감재, 첨단 안전 및 편의 사양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제네시스가 ‘값싼 프리미엄’이 아닌 진정한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이다.
2025년형 GV80의 미국 내 권장소비자가격은 5만 7700달러(약 8200만 원)부터 시작해 동급 경쟁 모델인 렉서스 RX(4만 9950달러)보다 더 비싸다.
GV80 쿠페는 8만1300달러(약 1억 1000만 원)로 BMW X6(7만 5675달러)보다 5600달러 이상 높게 책정됐다.

이처럼 프리미엄 가격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소비자들이 제네시스를 진정한 럭셔리 브랜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관세 충격 넘어 더 높은 도약 준비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과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충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이다.
현재 제네시스는 GV70과 GV70 전동화 모델만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HMMA)에서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총생산량은 약 2만 4000대로 연간 판매량의 32% 수준에 불과했다. 올해(1~3월)도 5323대로 전체 판매량의 약 30%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송민규 제네시스사업본부장 부사장은 “아직 제네시스 어떤 모델을 얼마나 더 미국에서 생산하겠다는 계획이 결정된 것은 없다”며 “현대차그룹이 21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해 120만 대 생산 체제를 갖췄기 때문에 그룹 차원에서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계속 점검해 최선의 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제네시스는 현대차의 이익률을 끌어올리는 효자”라며 “N 브랜드로 성공한 현대차가 제네시스 마그마를 통해 모터스포츠에서도 성과를 얻는다면 제네시스 브랜드는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진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