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은 ‘로또’, 비강남은 ‘시세 역전’… 분양가상한제, 이대로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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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상한제 제도 손질
분양 아파트 견본주택 내 모형도 / 뉴스1

집값 안정을 위해 도입된 분양가상한제가 오히려 ‘로또 청약’ 과열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강남권 상한제 적용 단지에서 최대 20억 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이 기대되면서, 실수요자보다 투자 수요가 먼저 청약 창구를 차지하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는 택지비와 건설원가를 기준으로 주변 시세의 70% 수준으로 분양가를 제한하는 제도다. 현재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에 적용되고 있으며,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부담을 낮추는 것이 본래 취지다.

문제는 강남권 집값이 급등하면서 묶인 분양가와 시세 간 격차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는 점이다. 가격 안정 수단이 거액의 시세차익을 보장하는 구조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1099대 1 경쟁률…역대 최고 기록 경신

분양 아파트 견본주택 내 모형도 / 뉴스1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아크로 드 서초’ 1순위 청약에서 30가구 모집에 3만 2973명이 신청해 평균 1099.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 민간분양주택 기준 역대 최고 경쟁률이다.

해당 단지 전용 59㎡ 분양가는 최고가 기준 17억 9340만~18억 6490만 원 수준이다. 인근 서초그랑자이 전용 59㎡가 지난 1월 35억 5000만 원에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약 20억 원에 가까운 시세차익이 기대된다. 서초구 ‘오티에르 반포’도 43가구 모집에 3만 540명이 몰려 710.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비강남권에서는 분양가 역전 현상도 나타났다. 영등포구 ‘라클라체자이드파인’은 전용 59㎡가 최고 22억 원대, 84㎡는 25억 원대로 책정됐다.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은 비강남권 단지 분양가가 강남권을 웃도는 이례적 상황이 현실화된 것이다.

현금 부자만 유리…통장 이탈 26만명

고강도 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청약 시장은 사실상 현금 동원력이 있는 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최근 5년간 분양가상한제 지역 민간분양 23개 단지에서 발생한 누적 시세차익은 1조 529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청약통장 무용론도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는 2605만 1929명으로, 지난해 10·15 대책 발표 직후(2631만 2993명)와 비교해 약 26만 명이 이탈했다. 낮은 당첨 가능성과 현금 중심 시장 구조 속에서 내 집 마련 기대감이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분양 아파트 견본주택 내 모형도 / 연합뉴스

“90% 수준으로 분양가 현실화해야”…전면 폐지보다 손질 필요

업계에서는 ‘주택채권입찰제’ 도입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상한제 적용 단지 청약 당첨자가 국민주택채권을 의무 매입하게 해 과도한 시세차익을 환수하는 방식이다. 다만 수요자의 자금 부담 증가와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이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주변 시세의 70%가 아닌 90% 수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하면 로또 청약 등의 부작용은 상당 부분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위원은 “현재의 원가법 대신 거래사례비교법을 도입해 분양가를 일부 현실화하면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다”며 “제도를 전면 폐지하기보다 부분적 손질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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