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유와 LNG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자, 지구 반대편 파나마 운하가 몸살을 앓고 있다. 운하 진입까지 대기 시간이 3.5일에 달하고, 줄을 건너뛰는 ‘급행료’는 한 달 새 4배 가까이 치솟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17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우회 수요가 집중되며 파나마 운하에 유조선·가스 운반선·화물선이 대거 몰렸다고 보도했다. 이번 정체는 파나마 운하 측이 통행 선박 수를 급격히 제한했던 2023~2024년 가뭄 사태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란 공습이 촉발한 ‘해운 도미노’
사태의 발단은 2026년 2월 2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하자,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즉각 호르무즈 해협 상선 통과를 차단하는 경고를 발동했다.
봉쇄 직후 유조선 통행량은 90% 이상 급감했고, 4월 14일 기준으로는 95% 이상까지 하락했다. 전쟁 위험 보험료가 폭등하자 CMA CGM, Hapag-Lloyd, Maersk, MSC 등 세계 최대 선사들이 일제히 해협 통행을 중단했다. 이란은 이후 선박당 100만 달러 이상의 별도 통행료까지 부과하기 시작했다.
막힌 길마다 줄줄이…파나마로 쏠린 글로벌 물동량
문제는 대체 경로도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홍해는 후티 공격으로 전쟁 이전 대비 운항 능력이 49% 이하로 떨어졌고, 수에즈 운하 경로는 사실상 회복 불가능한 상태다. 희망봉 우회로는 항해 거리가 3,500해상마일 늘고, 운송 시간은 10~14일 추가로 소요된다.
이 상황에서 북미·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약 82km 길이의 파나마 운하가 유일한 현실적 대안으로 부상했다. 특히 중동산 원유·가스 의존도가 높았던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산 물량으로 빠르게 대체 조달에 나서면서, 미국발 화물 증가가 파나마 운하 혼잡을 더욱 가중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급행료 400만 달러…공식 수수료의 몇 배
대기 줄을 건너뛰려는 선사들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급행료도 수직 상승했다. 최근 한 LPG 운반선은 경매를 통해 400만 달러(약 59억원)의 급행 비용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달 초 100만 달러를 밑돌던 수준에서 불과 한 달 만에 4배 가까이 뛴 것이다.
이 급행료는 수십만 달러 규모의 정규 운하 통행료와는 별도로 지급해야 하는 웃돈이다. 파나마 운하청(ACP)은 “최근 낙찰가는 일시적 시장 변화를 반영한 개별 경매 결과일 뿐 공식 수수료가 아니다”라며 “개별 선사의 급급함, 글로벌 수급 상황, 운임 및 선박 연료비 변동 등 복합 요인이 경매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