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아버지처럼은 못 살아요”… 5년 만에 1만 4천 명이 사라졌다, 대체 무슨 일이?

어가 인구 5년 새 14% 급감,
미래 이끌어갈 청년은 8% 불과
어선·양식장 빌려줘도…
현실과 동떨어진 ‘생색내기’ 지원

“이러다 우리 대에서 고기잡이가 끝나는 거 아닌가 몰라.” 대한민국 어촌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어민 10명 중 7명이 환갑을 넘긴 노인인 반면, 젊은 층의 유입은 완전히 끊기면서 어촌 소멸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초고령화에 직면한 어촌의 비극

어촌의 인구 절벽은 예상보다 훨씬 가파르다. 국회 농림축산식산위 소속 문금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27일 공개한 국가통계포털 자료는 충격적인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2020년 9만 7,062명이던 전국 어가 인구는 2024년 8만 3,963명으로, 불과 5년 만에 1만 4,000명 이상이 어촌을 떠났다.

단순한 인구 감소보다 더 뼈아픈 문제는 심각한 고령화다. 같은 기간 60세 이상 어민의 비율은 52.7%에서 67%로 무려 14.3%포인트나 급증했다.

이는 현재 어업 현장을 지키는 인력의 3분의 2 이상이 은퇴를 앞둔 고령층이라는 의미다.

반면 30세 미만 청년층의 비중은 8% 수준에 머물렀다. 사실상 대가 끊길 위기에 처한 셈이다.

젊은이들이 떠난 어촌은 활력을 잃고 있으며,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어업 기술과 노하우의 전수마저 단절될 위기에 놓였다.

현실 모르는 정부 지원, 헛바퀴만 도는 정책

정부도 청년 어업인 유치와 귀어인 정착을 위해 여러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대표적인 사업인 ‘청년어선임대사업’은 청년이 어선을 빌릴 때 임차료의 50%를 지원하는 제도다. 하지만 2024년, 152명의 청년이 지원했음에도 실제 계약까지 성사된 경우는 고작 22건(14%)에 불과했다.

이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 문제와 더불어, 어선을 빌려주려는 기존 어민과 어업을 시작하려는 청년을 1대1로 연결해주는 방식의 한계 때문으로 분석된다.

은퇴를 앞둔 고령의 어민들이 수억 원을 호가하는 자신의 재산인 어선을 섣불리 내주기 꺼리는 데다, 청년들이 원하는 어선과 조건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

한국어촌어항공단이 운영하는 ‘양식장 임대사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사업 예산은 3억 9,700만 원에 불과했고, 10개소를 운영하는 기준으로 어가 한 곳당 돌아가는 국비 지원은 최대 2,750만 원에 그쳤다.

초기 투자 비용이 막대한 양식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청년들이 창업을 결심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문금주 의원은 “어촌에 청년과 귀어인이 들어오지 않으면 어업 생산망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청년들이 어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종합적인 지원 체계를 총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