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는 멈췄고, 매장은 썰렁해졌다
패션 대기업들도 버티기 어렵다

“한때 명품관엔 발 디딜 틈도 없었는데, 요즘은 직원들만 서 있다더라.”
국내 패션업계에 닥친 불황의 그림자가 깊어지고 있다. 소비자 지갑이 닫히며 패션 대기업부터 플랫폼 업체까지 줄줄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고, 업계 전반에 비상 경영 체제가 확산되고 있다.
대기업도 못 버텼다…‘빅5’ 실적 일제히 하락
올해 1분기, 삼성물산·LF·한섬·신세계인터내셔날·코오롱FnC 등 주요 패션 대기업 5곳의 매출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LF만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소폭 올랐을 뿐, 대부분 기업의 수익성은 두 자릿수 이상 감소했다.

특히 코오롱FnC는 7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이상기후 같은 외부 변수들이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섬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4%, 32.9% 하락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매출이 1.7%, 영업이익이 58.3%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날씨 같은 변수까지 겹치며, 패션업계의 고질적 비수기가 연중화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플랫폼 업계 상황도 마찬가지다. 에이블리는 지난해 매출이 증가했음에도 15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뉴넥스(구 브랜디)는 매출이 3분의 2 이상 감소해 196억 원에 그쳤다. 2020년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실적 반등에 성공한 곳도 있다. 무신사는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올 1분기에도 매출과 이익 모두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무신사 역시 비상경영 체제를 지속 중이다. 매출은 늘었지만, 내부 목표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신사는 임원 주말 출근을 지시하고 조직 슬림화에 나서는 등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모든 비용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는 ‘제로베이스’ 방식의 절감 작업에 착수했다. 자산 효율 극대화, 업무 구조 혁신 등으로 실적 회복을 도모하고 있다.
실적 회복 위한 ‘다각화 전략’ 가동 중

패션업계는 침체를 돌파하기 위해 각사별로 체질 개선과 성장동력 확보에 나섰다. 삼성물산은 자체 브랜드 강화와 수입 브랜드 육성에 더해, 편집숍과 온라인 플랫폼 경쟁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LF는 던스트·헤지스 같은 브랜드의 해외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뷰티 브랜드 수출과 패션 브랜드 리브랜딩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보복 소비라는 비정상적 호황 이후, 이제야 본격적인 체력 싸움이 시작된 셈”이라며 “경기에 덜 민감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글로벌 확장 전략이 생존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