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층 경제활동인구 1000만 돌파
청년보다 더 일하는 어르신들
고령 노동의 민낯 살펴보니…

고령층 1000만 명이 여전히 ‘일하는 중’이라는 사실은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민낯을 보여주는 신호였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5년 5월 고령층 경제활동 부가조사에 따르면, 55세 이상 고령층의 경제활동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일하고 있는 이들은 978만 명에 달했고, 10명 중 7명은 앞으로도 계속 일하고 싶다고 밝혔다. 단지 건강을 위해서도 아니고, 무료해서도 아니었다. 대다수는 “생활비가 부족해서”라는 이유를 댔다.
“젊은 사람은 안 보이고 어르신만 남았다”

놀랍게도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절반이 넘는 10곳에서 60세 이상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청년층(15~29세)을 넘어섰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제주에서는 고령층 참가율이 58.6%인데 비해 청년은 42.6%로 16%포인트나 뒤처졌다.
전남, 경북, 경남, 전북 등 비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도 고령층이 더 많이 일하는 ‘실버 크로스’ 현상이 뚜렷했다.
수도권에선 청년들이 더 많이 일하지만, 서울·경기·부산을 제외하면 격차가 크지 않다. 지역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면서, 노동시장의 주연 자리를 고령층이 채우고 있는 셈이다.

현재 고령층의 절반은 연금을 아예 받지 못하고 있고, 받아도 평균 금액은 월 86만 원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제시한 1인 기준 노후 최소생활비 136만 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고령층의 69.4%는 계속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일하고 싶은 나이도 해마다 높아져 올해는 평균 73.4세까지 일하고 싶다고 했다. 이들은 ‘일하는 즐거움’보다도 ‘생활비 마련’을 더 큰 이유로 꼽았다.
70대 이상 고령자는 80%가 저임금 일자리
설령 일을 해도 임금은 낮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55세 이상 고령 임금근로자의 3분의 1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소득을 받고 있었다. 70세 이상으로 범위를 좁히면 80%가 저임금 일자리였다.

특히 보건·복지 서비스업에 몰린 여성 고령 근로자의 임금 수준은 가장 낮았다. 노동시간은 주 40시간에 달하지만 월소득은 110만 원 남짓에 그쳤다.
젊었을 때 임금이 낮았던 이들은 나이 들어도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나고 재취업한 이들의 삶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결과였다.
노후에 일하는 것은 더 이상 예외적인 풍경이 아니었다. ‘일하는 노년’은 어느새 일상이 되었고, ‘은퇴’는 선택지가 아닌 사치가 되어버렸다.
사회가 이들의 노동을 당연하게 여긴다면, 최소한의 존엄과 생계를 보장할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