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독립성 흔들리자 시장 ‘패닉’
달러값 3년 만에 최저치 기록

“이런 속도로 달러가 무너진 적이 있었던가.”
금융시장에 공포가 번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연준·Fed)를 향한 노골적인 압박을 이어가면서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스위스프랑에 대한 달러 환율은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1일(현지시간) ICE 선물거래소에서 달러 인덱스는 98.29로 마감했다. 전 거래일보다 1.1% 하락한 수치로, 장중에는 97.9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는 2022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파월은 실패자”…정치 개입에 연준 흔들리자, 달러도 흔들렸다
이번 사태의 촉발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흔들기다. 그는 최근 트루스소셜을 통해 제롬 파월 의장을 ‘결정이 매번 늦는 실패자’라고 칭하며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이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연준의 독립성 훼손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금과 스위스프랑, 엔화로 자금이 몰렸다.

실제 달러-스위스프랑 환율은 0.804달러까지 하락했으며, 이는 2015년 1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외환시장은 ‘탈달러’ 조짐…금·비트코인·유로화 ‘대안’ 부상
이는 단순한 환율 문제가 아니다. 외환시장은 본격적인 ‘탈달러’ 흐름으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달러 급락은 미국 자산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신호이며, 금과 비트코인, 유로화의 동반 강세는 시장이 대체 자산을 찾고 있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달러-엔 환율은 142엔을 밑돌았고, 유로화는 1.1403달러로 202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금 가격은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고, 비트코인 역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달러 약세는 미국 밖 수출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 도요타 등 수출 대기업들은 그간 엔저 효과로 이익을 누려왔지만, 최근 환율 급등락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유럽 역시 예외는 아니다. UBS는 프라다, 루이뷔통 등 유럽 명품 브랜드들의 실적이 유로화 강세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개입과 고율 관세 정책이 ‘예측 불가능성’이라는 리스크를 낳고 있다고 분석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달러화가 여전히 글로벌 기축통화이지만, 미국이 정치 불확실성을 자초하면서 그 지위를 흔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달러 위기가 단기 조정에 그칠지, 아니면 ‘달러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전조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트럼프와 연준의 갈등은 달러의 가치를 넘어, 세계 경제 전반을 흔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