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단 한 분기 만에 2배 가까이 오르는 전례 없는 상승세가 펼쳐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내 연간 매출이 각각 약 60조 원에 달하며 두 회사를 합산하면 10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PC용 D램의 평균 계약(고정거래) 가격은 전분기 대비 110~115% 상승했다. 직전 분기의 상승률(38~43%)과 비교해도 인상 폭이 두 배 이상 확대된 수치다.
이 같은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AI(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구조적 수요 증가가 자리 잡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경기 회복이 아닌 ‘AI 슈퍼사이클’의 본격화로 평가한다.
공급 주도권, 제조사로 완전히 넘어갔다
메모리 공급 협상 테이블에서 제조사가 제시한 가격을 고객사가 수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가격 경쟁보다 물량 확보에 무게를 두는 고객사가 증가한 결과로 풀이된다.
범용 DDR5 16Gb의 지난달 계약가격은 약 30달러로 6개월 전보다 5배 급등했다. 씨티(Citi) 분석에 따르면 서버용 64Gb RDIMM 가격은 지난해 4분기 450달러에서 올해 1분기 873달러로 올랐고, 2분기에는 1,223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물시장에서 D램 가격 상승세가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계약가격은 앞으로도 상승할 여력이 크다”며 “일반 D램의 수익률이 80%를 넘어설 정도여서 메모리 제조사의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중국 양대 시장서 동시에 폭발적 성장
삼성전자 미국 판매법인의 지난해 매출은 59조2,788억 원, SK하이닉스 미국 판매법인은 58조6,933억 원으로 두 회사의 합산 미국 매출이 100조 원을 훌쩍 넘어섰다. AI 반도체 최대 수요처인 미국 시장에서 메모리 비용이 AI 가속기(XPU) 전체 비용의 50% 이상을 차지하게 된 것이 핵심 원인으로 분석된다.
중국 시장도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 중국 판매법인의 지난해 매출은 31조9,541억 원을 기록했고, SK하이닉스의 중국 법인 대상 매출은 19조1,362억 원으로 전년보다 23.2% 증가했다.
텐센트·알리바바·바이두 등 중국 빅테크가 AI 서버 투자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으며, 자국산 AI 칩(ASIC) 개발을 추진 중이다. 다만 HBM 등 고성능 메모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중국 수요 역시 국내 양사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증권가 전망치, 3개월 만에 2배로 껑충… 양사 합쳐 300조 넘어
메모리 산업의 구조적 변화가 뚜렷해지면서 증권가의 실적 전망도 빠르게 상향 조정되고 있다. 국내 증권가가 예상하는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평균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185조 원, 158조 원으로, 불과 3개월 전보다 2배 늘어난 수치다.
해외 증권사들의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에 대해 맥쿼리는 301조 원, 모건스탠리는 290조 원, 씨티는 251조 원을 각각 예상했다. SK하이닉스에 대해서는 맥쿼리 272조 원, 씨티 190조 원, 모건스탠리 179조 원을 제시했다.
메모리 공급 부족은 2028년 초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추론형 AI 활용이 확대될수록 HBM뿐 아니라 GDDR·LPDDR·낸드플래시 등 다양한 메모리에 대한 수요가 동시에 팽창하는 구조여서, 국내외 증권사 모두 내년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더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