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강남 접수했는데”… 38년 만에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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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백화점 / 출처 : 업체제공

“예전엔 꽤 잘 나가는 백화점이었는데 닫는다니 아쉬워요”

한때 강남을 비롯해 전국에 백화점과 마트를 운영했던 그랜드백화점은 내년 2월 28일 영업을 종료한다고 발표하며 결국 마지막 남은 일산점까지 문을 닫고 유통업계에서 완전히 철수하게 됐다.

그랜드백화점은 1986년 강남점을 시작으로 한때 성장세를 보였지만 외환위기 이후 경영난을 겪으며 차례로 점포를 매각해 왔다. 2023년 일산점 매출은 약 180억 원으로, 이는 같은 해 폐점한 롯데백화점 마산점(740억 원)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백화점 업계의 양극화와 지방 점포 구조조정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이런 점포가 늘어나고 있어 요즘 백화점 업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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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백화점 강남점 / 출처 : 연합뉴스

지난해 국내 5대 백화점(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AK)의 전체 점포 매출은 약 39조 원에 달했지만, 이 중 상위 12개 점포의 매출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연 매출 2000억 원 이하의 20개 백화점 총매출은 3조 원에 그쳤는데, 이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한 곳의 매출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특히 신세계 강남점은 지난해만 3조 원을 달성하며 단일 점포로서 독보적인 성과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지방 백화점들은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맞고 있다.

대구의 대구백화점은 현재 공개 매각을 진행 중이며, NC백화점 부산 서면점은 재계약 불발로 지난 5월 문을 닫았다. 또한, 롯데백화점도 매출 하위 점포에 대한 구조조정을 일환으로 지난 6월 마산점의 문을 닫은 데 이어 향후 2~3년에 걸쳐 매출 부진이 심한 점포 10곳을 정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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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백화점 고별정리 / 출처 : 연합뉴스

여기에 정치적 불확실성과 경기 침체가 맞물리며 백화점 업계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최근 유통업계는 소비 동향을 살피기 위해 긴급회의를 열었는데, 이는 불안한 정국과 소비 심리 위축에 따른 대책 마련을 위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백화점 매출은 전년 대비 2.6% 감소했다. 고물가와 경기 불황, 이상기후 등이 겹치면서 객단가가 높은 패션 상품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당시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사례를 언급하며 이번 정국 불안이 소비 침체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백화점 매출이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높은 지역 점포에 크게 의존하는 만큼, 대규모 시위와 같은 불안 요소가 관광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경우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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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도시락 / 출처 : 연합뉴스

이 같은 백화점 업계의 침체는 최근 발표되는 지표로도 확인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10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편의점의 매출 비중은 17.8%로, 백화점(17.2%)을 앞질렀다. 이는 오프라인 유통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편의점이 백화점을 넘어선 것이다.

편의점 매출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누적 매출은 25조8000억 원으로, 백화점의 누적 매출(25조4000억 원)을 넘어섰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연간 매출에서도 편의점이 백화점을 제칠 가능성이 크다.

김인호 비즈니스인사이트 부회장은 “내년 백화점 전체 매출이 역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지방 점포를 포함해 여러 백화점이 문을 닫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화점 업계는 양극화 심화와 지방 점포의 잇따른 폐점,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어느 때보다 위기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위기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아니면 시장 재편의 흐름 속에서 더 큰 변화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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