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조’ 프로젝트 이대로 제동 걸리나 했는데… “한국산 포기 못해요”, 무슨 일?

한국 기업, 유럽 원전시장 진입
체코, 법원 결정에도 한수원 계약 승인
“지연 없이 추진” 체코 총리 강한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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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원전 사전 승인 / 출처: 연합뉴스

“한수원의 제안은 모든 면에서 최고였습니다.” 체코 총리의 발언이 유럽 원전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그동안 북미와 유럽 기업들의 ‘그들만의 리그’로 여겨졌던 원전 시장에 한국이 역사적인 진출을 앞두게 됐다.

체코 정부는 자국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도 불구하고 한국수력원자력과의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계약을 사전 승인했다. 이로써 25조 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가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법적 제동에도 멈추지 않는 체코의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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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원전 사전 승인 / 출처: 연합뉴스

체코 정부는 8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페트르 피알라 총리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만나 원자력 에너지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피알라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한수원의 제안은 모든 면에서 최고여서 공급 업체로 선정됐다”며 “오늘 우리는 한수원과 계약 체결을 승인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은 체코 지방법원이 내린 가처분 결정으로 계약 서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법원의 결정이 취소되는 즉시 신속하게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 조치를 취한 것이다.

피알라 총리는 “단 하루도 지연되지 않도록 하고자 한다”며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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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사업 규모도 공개됐다. 즈비넥 스타뉴라 재무장관은 “입찰을 통해 체코에 가장 유리한 조건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한수원이 두코바니에 건설할 원전 단가는 2024년 가격 기준으로 약 2천억 코루나(12조 7천억 원)”라고 설명했다.

이는 원전 1기 가격으로, 2기 건설 시 총 약 25조 4천억 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유럽 원전시장의 장벽을 무너뜨린 K-원전

이번 계약 승인은 단순한 사업 성사를 넘어 큰 의미를 갖는다. 원자력 발전소 시장은 전통적으로 북미와 유럽 기업 중심의 폐쇄적인 구조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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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원전 사전 승인 /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일본이 여러 차례 유럽 시장 진출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한 사례는 이 시장의 높은 진입 장벽을 잘 보여준다.

한수원의 계약이 가처분으로 지연되자 한국도 이 장벽을 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원전 업계에서는 한국의 상황이 일본과는 다르다고 평가한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7일 체코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이 터키 원전 건설 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협상이 무산된 것은 전력 구매 계약, 재원 조달 문제로 이번 사례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원전 기술을 국산화하고 유럽 진출을 시도했지만 안전 규제 강화로 인한 비용 증가와 재원 조달 문제로 좌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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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원전 사전 승인 / 출처: 연합뉴스

반면 이번 체코 원전 수주는 체코 정부가 발주 사업자에게 저리로 장기 대출하는 형태로 자금이 조달되어 안정성이 높은 편이다. 이러한 차이점이 한국의 유럽 원전 시장 진출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공기·예산 준수” 한국 원전의 경쟁력

한국이 유럽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공사 기간과 예산 준수에 대한 신뢰성이다.

다니엘 베네시 체코전력공사(CEZ) 그룹 최고경영자는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입찰서를 검토한 결과 한수원의 제안이 가격 보장, 공기 준수 보증이 가장 확실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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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원전 사전 승인 /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그는 또한 “프랑스전력공사(EDF) 측은 유럽 시장은 EDF만 하기를 원하며, 외부 업체가 유럽에서 원전 건설 못 하도록 로비하는 것 같다”고 경쟁 업체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러한 평가는 구체적인 실적 비교에서도 드러난다. 페테르 자보드스키 두코바니Ⅱ 원자력발전사 CEO는 “EDF는 2005년 핀란드에서 공사를 시작했는데 14년 동안 지연되었고 예산도 3배 초과했다”며 경쟁사의 부진한 실적을 지적했다.

한수원이 체코에 짓는 원자로는 APR1000으로 총 건설 비용은 24조~26조 원 규모다. 주목할 점은 한수원이 이미 이보다 적은 비용으로 더 진보된 APR1400 건설에 성공한 바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제시한 조건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이미 입증된 가격 경쟁력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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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원전 사전 승인 / 출처: 연합뉴스

이번 계약에서는 현지 산업 발전도 중요한 요소였다. 체코 측은 한수원과 협의를 통해 건설 과정에서 현지화율 30%를 약속받았으며, 루카시 블체크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은 “앞으로도 체코 산업의 참여 목표는 약 60%로 유지된다”고 전했다.

이는 한국의 기술력과 체코의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안으로 보인다.

이제 남은 것은 법원의 최종 판단뿐이지만, 체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한국의 검증된 기술력이 만나 유럽 원전 시장의 새 역사를 쓸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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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5조 중에 8조는 웨스팅하우스에 주게 되어 있으니 실제 제대로 빋는 돈은 17조 좀 넘는 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