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9조 원 쥐고도 적자 감수… 쿠팡이 한국 넘어 노리는 ‘새로운 먹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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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2025년 4분기 영업이익 97% 감소
서울의 한 쿠팡 센터/출처-연합뉴스

역대 최대 실적과 역대 최악의 분기 이익. 쿠팡이 2025년 한 해 동안 만들어낸 두 개의 상반된 기록이다. 연간 매출 49조1천197억원, 당기순이익 3천3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4분기만 떼어보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7% 급감하며 115억원에 그쳤다. 매출이 11% 늘어난 것과 극명히 대비되는 수치다. 업계에서는 회계적 기저효과와 개인정보 유출 사태, 그리고 회사의 전략적 판단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Inc는 지난해 4분기 매출 12조8천103억원(88억3천500만 달러)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1% 성장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115억원에 불과해 전년 동기(4천353억원) 대비 97% 감소했고, 당기순손실 전환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영향을 미친 기간은 4분기 3개월 중 1개월뿐이었다는 점에서 이익 감소율은 시장을 놀라게 했다.

97% 이익 급감, 숫자 뒤 숨은 세 가지 진실

서울 시내 쿠팡 물류센터/출처-뉴스1

이례적인 이익 감소의 첫 번째 배경은 ‘보험금 기저효과’다. 2024년 4분기 영업이익 4천353억원에는 덕평 물류센터 화재 보험금 약 2천441억원이 일시 반영됐다. 이를 제외한 실질 영업이익은 약 1천912억원 수준으로, 이 기준으로 계산하면 감소율은 97%가 아닌 94%가 된다. 여전히 가파른 하락이지만, 회계적 착시 효과가 상당 부분 작용한 셈이다.

두 번째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타이밍이다. 2025년 11월 말 유출 사실이 공개되면서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유통가 최대 특수기에 마케팅 기회를 상실했다. 실제 와이즈앱·리테일 분석에 따르면 쿠팡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지난 2월 3천312만명으로 1월 대비 0.2% 감소하며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다만 감소폭은 1월의 3.2%에서 크게 줄어들며 ‘탈팡’ 움직임이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는 계획된 투자의 강행이다. 지난해 유형자산 취득액은 12억5천400만 달러로 전년(8억1천900만 달러) 대비 53% 급증했다. 대만 사업과 쿠팡이츠 등 신사업 부문의 조정 EBITDA 기준 손실도 2억2천500만 달러(약 3천200억원)로 전년(1억5천만 달러)보다 확대됐다. 성수기 매출 기회를 놓친 상황에서도 물류 인프라와 신사업 투자는 예정대로 집행된 것이다.

매출원가 15% 급등, ‘빅배스’ 시그널인가

쿠팡의 두 번째 대만 풀필먼트센터/출처-쿠팡, 연합뉴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지점은 매출원가의 급증이다. 4분기 매출원가율은 매출 증가율(11%)을 웃도는 15%나 상승하며 매출총이익률을 2.48%포인트 끌어내렸다. 조정 EBITDA 마진도 3.0%로 전년 동기(5.3%) 대비 대폭 축소됐다. 회사가 구체적인 비용 항목을 공개하지 않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업계에서는 개인정보 사고 대응 비용과 신사업 투자 부담을 4분기에 집중 반영했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일부에서는 ‘빅배스(Big Bath)’ 가능성도 제기한다. 빅배스는 일회성 비용이나 잠재손실을 특정 분기에 몰아 처리하는 보수적 회계기법으로, 다음 분기 실적 개선폭을 키우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거랍 아난드 CFO가 컨퍼런스콜에서 “그간의 마진 확대 추세가 올해 ‘중단'(Disrupted)될 것”이라고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회사가 상대적으로 견조했던 연간 실적 흐름에 리스크 요인을 선제적으로 흡수하려는 전략적 판단을 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출의 단기 충격이 완화되고 성장세가 정상화되면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막대한 신사업 투자와 대만 등에서의 정보유출 여파가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실적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9조원 쌓아놓고도… 배당 대신 ‘미래 투자’

서울의 한 쿠팡 센터/출처-연합뉴스

분기 이익 급감에도 쿠팡의 자금력은 오히려 강화됐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3억1천800만 달러(약 9조원)로 전년(58억7천900만 달러)보다 증가했다. 4분기 장부상 이익은 사라졌지만 실제 손에 쥔 실탄은 늘어난 셈이다. 연간 매출과 당기순이익도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며 흑자 기조를 공고히 했다.

그러나 쿠팡은 이 자금을 주주 환원이 아닌 ‘로켓 확장’에 쏟아붓고 있다. 애초 3조원으로 계획했던 국내 물류 인프라 투자는 실제 4조원 규모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에서는 “세 자릿수 매출 증가”를 기록하며 강력한 성장 모멘텀을 보이고 있고, 두 번째 풀필먼트센터도 가동을 시작했다.

회사 측은 올해 1분기 매출이 고정환율 기준 5~10%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며 점진적 회복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신사업 투자 확대와 정보유출 여파 등을 감안하면 향후 수 분기간 실적 변동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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