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36조인데 과징금은 고작 22억?”… 공정위가 쿠팡에 ‘솜방망이’ 휘두른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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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쿠팡에 과징금 22억 부과
쿠팡 배송 차량/출처-연합뉴스

온라인 쇼핑 1위 사업자 쿠팡이 납품업체에 대한 갑질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지만, 그 규모가 연 매출의 0.06%에 불과해 실효성 논란이 예상된다. 공정위는 26일 쿠팡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21억85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2024년 쿠팡의 매출 36조1276억원과 비교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공정위는 쿠팡이 2020년 1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납품업체에 목표 이익률 달성을 강요하며 납품단가 인하와 광고비 부담을 요구한 행위가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2021년 10월부터 2024년 6월까지 2만5715개 납품업자와의 거래에서 상품대금 2809억원을 법정 기한을 넘겨 지급했으며, 최대 233일까지 지연된 사례도 있었다.

이익 전가 시스템, 구체적으로 드러나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경/출처-뉴스1

공정위 조사 결과 쿠팡의 위법 행위는 체계적이었다. 쿠팡은 납품업체와 PPM(순수상품판매이익률)과 GM(매출총이익률) 목표를 협의했지만, 이는 단순 가이드라인이 아닌 구속력 있는 지표로 활용됐다. 목표에 미달하면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거나 광고비, 쿠팡체험단 프로그램 수수료, 프리미엄 데이터 수수료 등을 부담하도록 강요했다.

더욱 문제가 된 것은 강압 수단이었다. 쿠팡은 이러한 요구를 거부하는 납품업체에 상품 발주를 중단하거나 축소할 수 있다는 뜻을 명시적 또는 암시적으로 전달하며 압박했다. 공정위는 “직매입거래에서 유통업자가 가격 하락 손실과 재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데, 쿠팡은 이를 납품업자에게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체험단 운영 과정에서도 불공정 행위가 확인됐다. 2020년 9월부터 2024년 6월까지 6743개 업체와 진행한 3만4514건의 체험단 행사 중, 2970개 업체가 진행한 8899건에서 체험단 미참여로 미사용된 상품(2만4986개) 비용 약 5억3700만원을 납품업체에 돌려주지 않았다.

증거 확보 실패로 “정액 과징금” 적용

서울 시내 쿠팡 물류센터/출처-뉴스1

이번 제재가 약한 이유는 공정위가 피해 규모를 정확히 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쿠팡이 증거를 잘 남기지 않는 방식으로 요구를 전달한 경우가 많았다”며 “납품가격 인하 수준과 광고비 등을 알 수 있지만, 이 중 어느 것이 불법 행위로 인한 것인지 일일이 파악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공정위는 납품가 인하와 광고비 부담 강요 행위에 법정 상한인 5억원씩을 정액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데 그쳤다. 피해액이 확인됐다면 이를 기준으로 가중 또는 감경할 수 있었지만, 그 기회를 놓친 셈이다. 전체 과징금 21억8500만원은 정액 과징금 10억원과 대금 지연지급 관련 과징금 등을 합산한 금액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쿠팡이 2024년 한 해 동안 납품업체로부터 받은 판매촉진비와 판매장려금이 2조3000억원을 초과한다고 분석한다. 이와 비교하면 이번 과징금은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2024년 자체브랜드 검색 알고리즘 조작으로 부과받은 1628억원과도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법정 공방 재현 가능성… 실효성 의문

과거 사례는 이번 제재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쿠팡은 2021년 납품업체에 광고비 등을 강요한 행위로 약 3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지만, 서울고등법원에서 전액 취소 판결을 받았다. 현재 대법원에서 공정위와 쿠팡이 공방 중인 상황이다. 당시보다 거래 규모가 훨씬 커진 지금, 오히려 더 적은 과징금이 부과된 셈이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쿠팡이 이번 처분에도 불복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쿠팡은 전관 변호사 등을 동원해 치열한 법정 공방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가 개별 행위의 강제성과 불법성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한 상태에서,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관건이다.

공정위 조원식 유통대리점조사과장은 “위반행위 전체를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위반 행위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프로세스는 증거를 확보했다”며 법정에서도 처분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021년 사례를 고려하면, 이번 제재가 납품업체 보호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공정위는 “온라인쇼핑 시장 1위 사업자의 불공정행위를 면밀히 감시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실효성 있는 제재 수단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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