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이 49조 1197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지만, 정작 시장이 주목한 건 ’50조 실패’였다. 2025년 12월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4분기 실적을 무너뜨리며 기대했던 50조원 고지를 눈앞에 두고 멈췄다. 그러나 2026년 2월, 침체의 골에서 빠져나오는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쿠팡Inc가 26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연간 매출은 345억 3400만 달러(약 49조 1197억원)로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3030억원으로 전년(940억원)의 3배를 넘어서며 역대 최대 수익성을 기록했다. 외형과 수익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성적표였다.
하지만 2025년 4분기는 정반대 그림이었다. 영업이익은 115억원으로 전년 동기(4353억원) 대비 97% 급감했고, 당기순손익은 377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도 전 분기 대비 5% 줄었다. 활성 고객 수는 3분기보다 10만 명 감소한 2460만 명을 기록했다.
개인정보 유출, 쿠팡의 ‘아킬레스건’ 되다
4분기 실적 붕괴의 직접적 원인은 2025년 12월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였다. 쿠팡은 실적 보고서에서 “이 사고가 매출 성장률, 활성 고객 수, 와우 멤버십, 수익성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사고 대응을 위한 비용 지출도 영업이익을 압박했다.
CFO 거랍 아난드는 컨퍼런스 콜에서 “데이터 사고 여파로 프로덕트 커머스의 고정 환율 기준 성장률이 2026년 1월 약 4% 수준으로 최저점을 찍었다”고 인정했다. 와우 멤버십 이탈이 급증하며 구독 수익의 안정성까지 흔들렸다. 50조원 고지 실패에는 원화 약세(환율 상승)도 일조했지만, 결정타는 고객 신뢰 추락이었다.
2월부터 달라진 지표들… “회복 중”
그러나 2026년 2월 들어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아난드 CFO는 “2월부터 개선되는 지표들이 확인되고 있다”며 “2026년 1분기 전체 매출은 고정 환율 기준 5~10% 성장을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1월 4% 최저점에서 불과 한 달 만에 성장률이 반등할 것이란 자신감이다.
신사업도 희망적 신호를 보냈다. 대만 사업은 4분기에도 전년 대비 세 자릿수(100% 이상)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신사업(쿠팡이츠, 대만 사업 등) 전체 매출은 연간 38% 급증했다. 김범석 의장은 “한국 이츠 서비스와 일본 로켓나우에서도 지속적인 잠재력을 확인하고 있다”며 “초기 단계지만 고객 유지와 참여 추세가 유망하다”고 강조했다.
공격적 투자 vs 수익성… 쿠팡의 선택
쿠팡은 위기 속에서도 신사업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신사업 부문의 EBITDA 손실은 9억 95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58% 증가했다. 대만 사업의 폭발적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단기 수익성을 포기한 선택이다. 잉여현금흐름도 5억 2700만 달러로 전년(10억 1600만 달러) 대비 반토막 났다.
김범석 의장은 “로켓배송 투자를 포함해 미래를 위한 구축에 계속 집중하고 있다”며 “운영 전반에 걸쳐 더 높은 수준의 혁신과 자동화를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60억 달러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추가 투자 여력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도 2월 회복 조짐을 보이는 건 긍정적 신호”라면서도 “신사업 손실 확대가 계속되면 중장기 수익성 개선이 지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쿠팡이 위기를 딛고 다시 50조원 고지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2026년 1분기 실적이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