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월과 동일한 2.0%를 기록하며 6개월 연속 안정세를 유지했다. 표면적으론 안정적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다른 그림이 보인다. 승용차 임차료가 37.1% 급등하며 관련 통계 작성 이후 31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고, 해외여행비와 호텔 숙박료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3월에는 중동 사태로 인한 유가 급등이 반영될 예정이어서, 체감물가는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국가데이터처가 6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8.40(2020년=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2.0%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2.3%, 올해 1월 2.0%에 이어 상승세가 진정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품목별 편차가 극심해 일부 분야에서는 물가 충격이 집중되고 있다.
렌터카 대란… 31년 만에 최악의 가격 폭등
2월 물가의 최대 이변은 승용차 임차료였다. 37.1%라는 기록적인 상승률은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다. 설 연휴 특수와 차량 공급 부족이 가격 급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해외단체여행비(10.1%), 국내단체여행비(9.5%), 호텔숙박료(12.8%) 등 여행·숙박 관련 품목이 일제히 급등했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설 연휴로 공휴일이 늘어나면서 여행·숙박 관련 품목이 크게 상승해 개인서비스 상승폭이 컸다”고 설명했다. 개인서비스 물가는 3.5% 올라 2024년 1월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외식을 제외한 개인서비스는 3.9% 올라 전체 물가를 0.77%포인트 끌어올렸다.
공정위 조사에 가공식품은 숨죽였지만… 축산물은 ‘6개월 최고’
반면 가공식품은 2.1% 상승에 그치며 전월(2.8%)보다 오름세가 둔화했다. 2024년 12월(2.0%) 이후 최저 수치다. 홍삼(-6.2%), 부침가루(-10.3%), 당면(-9.3%) 등 주요 품목에서 가격이 하락했고, 설탕(0.4%)과 밀가루(-0.6%)도 상승폭이 축소되거나 하락 전환했다.
데이터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민생물가 관련 담합 조사가 가공식품 상승폭 둔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이두원 심의관은 “이달 일부 빵 출고가 인하가 발표돼 가공식품 상승폭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축산물은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6.0% 상승률은 지난해 8월(7.1%) 이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돼지고기(7.3%), 국산쇠고기(5.6%), 달걀(6.7%) 모두 높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사료비 상승과 공급 감소가 맞물리면서 축산물 가격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3월엔 기름값 폭탄… 중동 사태 여파 본격화
2월 물가에서 유일하게 긍정적이었던 요소는 석유류였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류는 2.4% 내리며 전체 물가를 0.09%포인트 끌어내렸다. 지난해 8월(-1.2%) 이후 6개월 만의 마이너스 전환이다. 휘발유(-2.7%), 경유(-0.8%), 자동차용LPG(-7.4%) 모두 하락했다.
문제는 3월부터다. 2월 말 발생한 중동 사태로 지난 3~4일간 휘발유 가격이 급등했지만, 이는 2월 지표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두원 심의관은 “지난달 28일 중동 상황 이후 최근 휘발유값이 크게 상승했다”며 “이는 3월 물가지표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경고했다.
겉으로는 2%대 안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 가계가 체감하는 물가 부담은 품목별 편차 때문에 훨씬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1.8% 상승했지만, 개별 소비 패턴에 따라 물가 체감도는 크게 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