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아시아서 러시아 영향력 추월
러, 우크라 전쟁으로 입지 약화
중국, 일대일로로 경제망 확장

한때 러시아의 ‘앞마당’으로 불리던 중앙아시아가 이제는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됐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몰두하는 동안 중국은 이 지역에서 경제 파트너십을 빠르게 확대하며 새로운 주도권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일, 중국 남서부 내륙 도시 충칭에서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를 향해 정기 화물열차가 첫 출발했다고 신화통신이 21일 보도했다.
페트병 원료인 폴리에스터 칩을 실은 이 열차는 약 4,700km를 달려 12일 후 타슈켄트에 도착할 예정이다.

중국의 철도 네트워크, 중앙아시아 연결 강화
이번에 개통된 신규 화물열차 노선은 충칭과 중앙아시아 간 화물 수송 시간을 약 30% 단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철도청두그룹에 따르면, 앞으로 이 노선에는 매달 화물열차 2대가 정기적으로 운행될 계획이다.
“새로운 화물열차 노선 서비스는 신속한 통관절차와 비용절감을 가능하게 해 국경 간 수송의 질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킬 것입니다.” 쉬메이충 중국철도청두그룹 엔지니어는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화물의 주인인 신소재 업체의 물류 매니저 린정은 “이번 노선 개통이 우리 회사의 중앙아시아 시장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최근 충칭은 중앙아시아와 유럽으로 향하는 화물열차 수가 증가하면서 내륙 중심도시로 급부상했다.
지난 2월 기준으로 충칭과 연결된 50여 개의 정기 노선에 1만 8천여 화물열차가 운행 중이며, 이들 열차는 중앙아시아와 유럽의 100여 개 중심 도시 및 지역을 연결한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일대일로,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 전략

중국의 중앙아시아 진출 확대는 2013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제안한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의 핵심 부분이다.
이 구상은 2049년(중국 건국 100주년)까지 육상과 해상을 아우르는 새로운 실크로드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대일로는 세계 인구의 약 63%에 해당하는 44억 명과 세계 GDP의 29%를 포괄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2014년 70여 개국에서 시작해 2023년 기준 150개국 이상과 30여 개 국제기구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 철도, 항만, 에너지, 통신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핵심으로 하는 이 프로젝트는 약 1조 400억 위안(185조 원) 규모의 인프라 건설이 추진된 것으로 추산된다.
중앙아시아는 옛 소련에 속했던 지역으로 전통적으로 러시아가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하지만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이 지역에 대규모 인프라 구축사업을 시행하면서 새로운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했다.
특히 미국의 존재감이 쇠퇴하고 러시아가 2022년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에 몰두하는 사이 중국은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더욱 확대했다.

러시아가 전쟁에 집중하는 동안 중국은 경제적 영향력을 키워 중앙아시아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한 셈이다.
그림자도 있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
그러나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여러 문제점과 비판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많은 참여국들이 중국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과도한 부채를 떠안게 되는 ‘채무 함정’에 빠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최빈국 74개국의 채무 중 40% 이상이 중국에 상환해야 할 부채였으며, 스리랑카는 함반토타 항구 건설 이후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항구 운영권을 중국에 넘기기도 했다.

또한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상당수가 사업 지연, 현지 반발, 정치적 불안정 등으로 중단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경우 전체 사업의 60% 이상이 미완성 상태로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대규모 인프라 건설 과정에서 환경오염, 생태계 파괴, 현지 주민 생계 악화 등의 부정적 영향이 보고되고 있으며, 프로젝트의 투명성 부족과 부패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중앙아시아에서 영향력 확대를 지속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주력하는 러시아와 존재감이 약화된 미국 사이에서, 중국은 경제적 네트워크를 확장하며 새로운 지역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