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와 소비자 혜택 사이
회색지대에 선 카드업계
국내 카드 업계가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직면했다. 그 중심에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결정하는 적격비용 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3년마다 가맹점 수수료율을 조정해 영세·중소 가맹점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도입됐으나, 카드사의 본업인 신용판매가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12년 도입된 적격비용 제도는 자금조달 비용, 위험관리 비용 등 카드사가 실제로 부담하는 비용을 분석해 수수료율을 산정한다.
이를 통해 연 매출 3억 원 이하 영세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2.3%에서 0.5%로, 연 매출 30억 원 미만 중소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3.6%에서 1.1~1.5%로 인하됐다.
소비자 혜택 감소와 카드사의 부담 증가
적격비용 제도로 인해 카드사의 마케팅비용과 부가서비스가 대폭 줄었다. 무이자할부와 포인트 적립 같은 소비자 혜택이 축소됐고, 알짜카드로 불리던 고혜택 카드들이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카드사는 줄어든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카드론과 리볼빙 서비스 같은 위험자산의 비중을 확대해 왔다. 올해 카드론 잔액은 42조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은 소비자 후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비자들은 줄어든 혜택을 체감하고 있으며, 고금리 시대에 카드론 의존도가 높아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적격비용 제도가 민간 소비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부가 혜택을 늘려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신용판매 중심의 카드업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적격비용 제도의 재산정 주기를 단축하거나 수수료율 산정을 보다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3년 주기는 급변하는 시장 상황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윤선중 동국대 교수는 “수수료율을 시장 금리와 연동하도록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며 “의무수납제와 가격차별 금지 같은 규제를 완화해 가맹점 협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연말 적격비용 재산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업계와 소비자 사이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려 제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적격비용 절감 가능성과 추가 수수료 인하 여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적격비용 제도가 카드사의 본질적 역할인 신용판매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처럼, 신중하면서도 균형 잡힌 접근이 요구된다.
카드ㅡ할부 막쓰면 집안 파산나고 보이스 피싱피해 늘어난다.
지금 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