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만 보다가 망하겠어요”… 기업 10곳 중 9곳이 속 끓였던 이유, 알고 보니

전기료가 제조원가의 30%…
“그런데 원재료는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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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전기요금 부담 / 출처 : 연합뉴스

“기계를 돌리려면 전기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 전기는 원가로 인정되지 않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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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산업 중소기업들이 납품단가 연동제의 빈틈에 고통받고 있다. 전기요금은 제조에 필수지만, 원재료가 아니라는 이유로 납품단가 조정 기준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전기요금이 급등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위탁업체의 눈치를 보느라 단가 인상 요청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납품단가 연동제란?…”원재료 가격 오르면 납품가도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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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전기요금 부담 / 출처 : 연합뉴스

납품단가 연동제는 중소기업이 납품하는 제품의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면, 이에 맞춰 납품단가도 함께 올릴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원가 변동을 반영해 공급업체의 손해를 막자는 취지다.

문제는 이 제도가 ‘주요 원재료’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전기료처럼 경비로 분류되는 비용은 연동 대상에서 빠져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뿌리업종 7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이러한 문제의식은 뚜렷하게 드러났다. 응답 기업의 90%는 전기요금을 연동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열처리나 표면처리 업종처럼 전력 사용 비중이 높은 분야는 제조원가의 20~30%가 전기료라는 답변도 이어졌다. 전기가 빠진 연동제는 결국 핵심 비용을 반영하지 못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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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전기요금 부담 / 출처 : 연합뉴스

실제로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1년 이후 63% 넘게 인상됐다. 기업 10곳 중 9곳은 전기요금이 부담된다고 밝혔고, 그중 상당수는 “매우 큰 부담”이라고 답했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줄었다는 기업은 74%에 달했고, 아예 적자로 전환됐다는 곳도 9% 가까이 됐다.

전기요금 부담만 커졌고…단가 인상은 ‘말도 못 꺼냈다’

그럼에도 기업 76%는 위탁업체에 납품단가 인상을 요청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거래처와의 관계 악화 우려’였다. 위탁업체의 눈치를 보느라 인상 요구 자체를 시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제도는 있지만 활용하지 못하는 구조 속에서 기업들의 체력은 점점 소진되고 있다. 결국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거래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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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전기요금 부담 / 출처 : 연합뉴스

정한성 공정거래활성화위원장은 “전기요금처럼 제조에 필수로 드는 경비도 단가 연동 대상이 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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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에너지비용까지 반영돼야 제대로 된 납품단가가 가능하다”며 입법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뿌리기업의 77%는 전기요금이 포함된다면 연동제를 활용하겠다고 답했다. 납품단가 연동제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제조현장의 현실을 반영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중소기업들이 과도한 비용 부담 없이 지속적으로 납품할 수 있는 구조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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