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처에 딱 하나 남았었는데” 줄줄이 사라졌다… 중장년층 ‘한숨만’

농촌 지역 은행까지 최대 27km 이동해야
70대 이상 디지털 활용 능력 일반 국민의 30% 수준
OECD 평균보다 낮은 국내 은행 점포 수
은행
금융 격차 심화 / 출처: 연합뉴스

“은행 찾아 한 시간을 돌아다녀야 하니 이게 말이 됩니까?” 한 농촌 지역 주민의 토로가 우리 사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디지털 시대의 물결 속에서 은행 점포들이 빠르게 사라지면서 디지털 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이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멈추지 않는 점포 통폐합의 물결

지난 1월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말 기준 국내 은행 점포 수는 5,849곳으로, 1년 전보다 53곳이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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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격차 심화 / 출처: 연합뉴스

2012년 4분기 말 7,835곳이었던 점포 수는 10년 새 2,000곳 가까이 줄어들었다.

저축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18일 금융감독원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3분기 말 79개 저축은행의 점포 수는 262개로, 1년 전보다 18개가 줄었다. 지난해에만 70개가 넘는 금융 점포가 문을 닫은 셈이다.

도시와 농촌의 금융 격차 심화

은행 접근성의 지역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은행까지 평균 432m만 이동하면 되지만, 강원도는 평균 6.47km를 이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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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격차 심화 / 출처: 연합뉴스

특히 강원 양구·횡성, 경북 봉화·청송, 전남 신안 등 노년층 인구가 많은 지역의 경우 은행을 이용하기 위해 25km 이상을 이동해야 하는 실정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지역의 고령화가 심각할수록 은행 영업점 수가 적고, 이로 인해 금융 서비스 접근성이 더욱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적금 가입이나 대출 신청의 70~80%가 비대면으로 이뤄진다”며 “비용 효율화를 위해 점포 축소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화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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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격차 심화 / 출처: 연합뉴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세대 간 금융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발표한 ‘2024 디지털정보 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의 디지털 역량을 100으로 봤을 때 60세 이상은 평균 55.3, 70대 이상은 30.2에 그쳤다.

이러한 높은 디지털 격차는 금융 서비스 이용의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한국의 성인 10만 명당 상업은행 영업점 수는 12.7개로, OECD 평균인 15.5개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본의 33.7개, 미국의 26.6개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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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격차 심화 / 출처: 연합뉴스

금융당국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업점 폐쇄 시 사전 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있지만, 대부분 ATM 설치와 같은 단순 대체 수단에 그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정지수 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은 포용적인 디지털 금융서비스 환경을 조성하되, 서비스 접근성이 가장 낮은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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