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사고 경상환자의 과잉 진료를 막기 위한 핵심 제도가 또다시 제자리걸음이다. 올해 초 도입이 예고됐던 ‘8주룰’이 상반기에도 시행 여부조차 불투명해지면서, 손해보험업계의 적자 구조가 걷잡을 수 없이 심화하고 있다.
8주룰은 상해등급 12~14급에 해당하는 경상환자가 8주를 넘겨 치료받을 경우 별도 심사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보험금 누수를 차단하고 선의의 가입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추진됐으나, 한방 의료업계가 환자의 치료권 침해를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면서 도입 일정이 계속 밀렸다.
채용까지 멈춘 자배원…제도 공백 현실화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자배원)은 지난 4월 초 8주룰 시행을 위한 인력 채용을 추진했다가 돌연 절차를 잠정 연기했다. 채용 예정 인원은 정규직 10명, 무기·유기계약직 42명 등 총 52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대부분이 경상환자 장기 치료 심사 등 8주룰 시행을 전담하는 인력이었다.
자배원은 4월 23일 공식 사과문을 통해 “사정 변경으로 채용 진행을 잠정 연기했다”며 “6월 30일 이내에 내부 일정을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보험개발원이 추진하던 경상 환자 장기 치료 분쟁 조정 시스템 구축 연구용역도 현재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손해율 87.5%…손익분기점 7.5%p 초과
제도 도입이 표류하는 사이 손보사들의 재무 지표는 빠르게 악화했다.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대형 4개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2023년 80.7%에서 2025년 87.5%로 급등했다. 손익분기점(80%)을 7.5%포인트(p) 웃도는 수준이다.
올해 1분기 누적 손해율도 85.9%를 기록해 작년 동기 대비 3.4%p 상승했다. 손보업계 전체 자동차보험 적자는 작년 7,080억원으로 확대됐으며, 중소형사는 물론 대형사들도 잇따라 적자 전환했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금 지급이 줄어들 요인이 없는 만큼 8주룰 도입이 이뤄지지 않으면 올해 적자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료 올렸지만…할인 특약에 효과 반감
손보사들은 올해 자동차보험료를 5년 만에 1.3~1.4% 인상했다. 그러나 중동발 원유 위기에 따른 차량 5부제 할인 특약이 동시에 도입되면서 연 2% 할인 효과가 인상분을 상쇄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25년 말 기준 대형 4개사 통계에 따르면, 경상환자의 88.6%는 사고 후 8주 이내에 치료를 마쳤다. 그럼에도 나머지 일부에서 과잉진료가 이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