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40대 미혼 남녀 5배 급증
가정간편식 성장하는 반면 제조업은 하락
“마지막으로 연애를 한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요. 혼자 살기도 빠듯한데 결혼은 꿈도 못 꿔요.”
서울 마포구에 사는 공공기관 직원 A 씨의 말에는 우리 사회 1인 가구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주말이면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만나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푸는 게 그의 일상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처럼 결혼 경험이 없는 40대 남녀의 비율이 20년 사이 5배 이상 급증했다.
급증하는 1인 가구, 깊어지는 비혼 선택
2020년 기준 40대 남성 4명 중 1명은 미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0년과 비교하면 무려 6.7배 늘어난 수치다.
여성도 예외는 아니다. 같은 기간 미혼 여성의 비율은 2.1%에서 11.9%로 5.7배 증가했다.
특히 30대에서는 미혼 비율이 더욱 가파르게 상승했다. 남성은 18.7%에서 50.5%로, 여성은 7.0%에서 32.8%로 급증했다.
“혼자 사는데 너무 행복해요. 삶의 만족도가 90% 이상이에요”라는 한 누리꾼의 말처럼, 많은 이들이 자발적 비혼을 선택하는 추세다.
경제적 부담이 결혼의 발목을 잡다
비혼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부담이다. 20대와 30대의 30% 이상이 ‘혼수비용과 주거 마련 등 결혼자금 부족’을 결혼하지 않은 주된 이유로 꼽았다.
이는 ‘결혼 필요성을 못 느낀다'(20대 19.3%, 30대 14.2%)나 ‘출산·양육 부담'(20대 11.1%, 30대 11.2%)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마음 잘 맞는 사람 있으면 같이 사는 게 좋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혼자 사는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변화하는 산업 구조와 경제적 파급효과
1인 가구의 증가는 산업 지형도를 크게 바꾸고 있다. 가정간편식 산업은 이미 5조 원 규모로 성장했고, 2030년 1인 가구 소비 시장은 300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반면 전통적인 제조업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악기·완구 업계는 출산율 저하로 인해 생산 기반이 해외로 이전되었고, 국내 제조 역량이 크게 약화되었다.
“TV와 인터넷, 스마트폰이 생긴 이후 인구감소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단지 대한민국은 그 속도가 매우 빠를 뿐”이라는 한 누리꾼의 지적처럼, 이러한 변화는 거스르기 힘든 흐름이라는 평가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미혼 상태가 장기화되는 경우 본인이 노후를 충분히 준비하지 않으면 가족이 없는 상태에서 사회나 정부에 의지하게 된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가 중장년 관련 일자리 대책을 마련할 때 이를 감안하는 등 미리 사회적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생은 여정이고 동행하는 사람이 있어도 좋고 없이 혼자 여행해도 좋다”는 한 누리꾼의 말처럼, 이제는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