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00만원 부동산 580만원 됐다’…10분의 1토막에 ‘날벼락’

경기 침체와 온라인 쇼핑 확산으로
상가 투자 ‘찬밥신세’ 전락
노후 대비 ‘안전한 투자’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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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경매시장 낙찰률 저조 / 출처: 뉴스1

“상가 매각은 꿈도 못 꿉니다. 경매에 내놓아도 열 번이 넘도록 유찰되는 물건이 즐비합니다.”

한때 노후 준비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상가 투자가 오히려 노년의 삶을 위협하는 존재로 변모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경매로 나온 상가 213건 중 단 39건만이 새 주인을 찾는 데 성공했다.

낙찰률은 고작 18.3%에 그쳤으며, 서울 상가 경매시장은 이번을 포함해 7개월 연속 10%선의 저조한 낙찰률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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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경매시장 낙찰률 저조 / 출처: 뉴스1

경매 유찰 끝 5400만원 > 580만원으로

최근 상가 시장은 경기 침체와 온라인 쇼핑 확산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임차 수요가 급감하고 공실률이 증가하면서 한때 ‘확실한 노후 대비책’으로 각광받던 상가 투자는 이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특히 특정 업종이 집중된 집합상가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의 한 한방 테마 상가 내 7㎡(2평) 크기 점포는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경매에서 이미 10차례나 유찰됐다.

처음 감정가 5천400여만 원에서 시작한 이 상가는 이제 그 가격의 10분의 1 수준인 580만 원에 다시 경매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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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경매시장 낙찰률 저조 / 출처: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인의동의 한 귀금속 상가에 위치한 30㎡(9평) 규모 점포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지난 2월 첫 경매 시작가 2억 9천300만 원에서 세 차례 유찰된 후 1억 5천만 원까지 가격이 하락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집합상가의 경우 한층 전체가 통으로 비어있는 경우도 흔해 수요자를 찾기 어렵다”고 전했다.

노후 자금의 블랙홀로 변한 상가 투자

상가 투자의 매력은 ‘안정적인 월세 수입’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오히려 노후 자금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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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경매시장 낙찰률 저조 / 출처: 뉴스1

과거 8~10%에 달하던 상가 투자 수익률은 최근 3%대로 급락했으며, 대출 이자율(4% 내외)이 이를 상회해 실질 수익이 마이너스가 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국적인 상가 공급 과잉도 문제를 악화시켰다. 신도시 개발과 원도심 재개발 등으로, 서울시 상업공간 면적은 2000~2020년 사이 60%나 증가해 인구 및 소비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대형 상권이나 대학가, 원도심 지하상가 등에서는 공실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이른바 ‘통상가’라 불리는 근린시설의 경매 수요도 급감했다. 서울 통상가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2022년 3월 119.4%로 경매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었으나, 불과 2년 만에 76%까지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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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경매시장 낙찰률 저조 / 출처: 연합뉴스

이는 투자자들이 상가 시장에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통상가 경매에서는 임대수익률이 중요한데 요즘같이 임대가 잘 안 나갈 때는 수익률이 떨어지니 당연히 경매 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경매가가 떨어지길 기다리며 관망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니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동시에 하락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 산업 구조와 소비 패턴의 근본적인 변화는 상가 시장의 쇠퇴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 배달 서비스, 글로벌 직구 등 디지털 기반 유통이 급성장하면서 오프라인 상가의 역할이 축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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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경매시장 낙찰률 저조 / 출처: 연합뉴스

식음료 소비는 배달로, 패션·리테일은 온라인 중심으로 이동해 상가를 ‘필수 공간’으로 인식하지 않는 시대가 도래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되고, MZ세대 등 젊은 소비층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전통 상권의 매출과 유동인구가 크게 감소했다.

이러한 변화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구조적이고 불가역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노후 상가 투자자들이 직면한 또 다른 문제는 ‘환금성 부족’이다. 상가는 아파트에 비해 매매가 쉽지 않고, 특히 2층 이상이나 비핵심 상권에 위치한 물건은 10년 이상 보유해도 가격이 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자본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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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경매시장 낙찰률 저조 / 출처: 연합뉴스

이는 노후 자금이 필요할 때 유동성 확보가 불가능해 큰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상가 투자는 더 이상 노후 대비 ‘안전한 투자’가 아니다. 공실 리스크, 수익률 저하, 환금성 부족, 상권 변화 등 복합적 위험이 상존하며, 무리한 대출이나 충분한 조사 없이 투자할 경우 오히려 노후를 망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상가 투자 시 임차인의 신뢰도, 임대차 계약 조건, 상권 현장 실사 및 미래 발전 가능성, 전문가 자문 등을 철저히 검토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한국 상가 시장의 위기는 단순한 경기 침체의 결과가 아니라 산업 구조와 소비 트렌드의 구조적 변화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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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경매시장 낙찰률 저조 / 출처: 연합뉴스

오프라인 상가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단순 판매 공간을 넘어 체험·콘텐츠·커뮤니티 공간 등 새로운 가치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또한 상가 투자자 역시 입지·규모보다 차별화된 가치와 미래 수요를 평가하는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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