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소비량 30년 만에 절반으로 급감
농민들 “이러다가 우리 농촌 다 망한다” 호소
전문가들 “식량 안보 위협” 경고

“쌀농사만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기 힘듭니다.” 농민들의 절박한 목소리가 한국 농촌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쌀 소비가 급감하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30년 전 120kg에서 55kg으로… 급감하는 쌀 소비
3일 발표된 통계청 조사 결과, 2023년 한국인 1인당 평균 쌀 소비량은 55.8kg으로 1962년 관련 조사 시작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러한 감소세가 계속되어 2035년에는 식량용 쌀 소비량이 현재보다 14.7% 줄어든 233만 톤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서구화된 식문화와 대체 식품 소비 증가, 아침 식사를 거르는 식습관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폭락하는 쌀값에 농민들 “더는 버틸 수 없다”
이러한 소비 감소는 곧바로 쌀값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농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2023년 말 21만 원대였던 쌀 80kg 한 가마니 가격은 지난해 9월 17만 원대까지 폭락했다.

청주시농업인단체협의회장 신인성 씨는 “면세유 가격은 30년 전보다 500% 인상되었고, 최저 인건비는 10년 동안 3배나 인상됐다”며 생산비용 상승에 비해 쌀값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결국 일부 농민들은 폭락하는 쌀값으로 인해 수확을 앞둔 논을 갈아엎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기도 했다.
정부의 구조개혁 대책과 우려의 목소리
지난해 12월 농림축산식품부는 구조적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5년부터 2029년까지 쌀 산업 구조개혁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핵심은 전체 벼 재배면적의 11%에 달하는 8만 헥타르를 감축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국쌀생산자협회는 “기후재난 식량위기에 대비하겠다는 생각은 찾아볼 수 없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농식품부는 고품질 친환경 쌀 중심의 생산 체계로 전환하고, 벼 재배면적 감축에 참여하는 농가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호중 더불어민주당 농림축산식품 전문위원은 “대체작목의 생산, 유통, 판로확보가 선행되지 않을 경우 작목전환 농가의 피해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농민들은 정부가 쌀 수입은 그대로 두면서 재배면적만 감축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쌀 자급률이 94% 수준인 상황에서, 8만 헥타르에서 생산되는 쌀의 양이 연간 수입쌀 물량인 40만 8700톤과 비슷한 규모라는 점도 지적됐다.
쌀 소비 감소와 가격 하락, 재배면적 감축이라는 현실 속에서 우리나라 쌀 산업이 큰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농민들의 생계 보장과 식량 안보 확보라는 두 가지 과제 사이에서 정부와 농민, 소비자 모두가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동감 , 농사 말고 새로운 직업을 창조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