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p 떨어진 성장률 전망
부동산 자금 유입 우려와 미국과의
금리 격차 확대 부담 커져

한국 경제의 빨간불에 한국은행이 다시 한번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달 동결 판단 후 한 달 만에 다시 내린 기준금리는 한국 경제의 위태로운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충격적인 역성장,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던 금리 인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9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2.5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는 작년 10월 이후 7개월 사이 네 번째 인하로, 한국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연속적인 금리 인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은은 이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현대경제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달 들어 각각 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0.7%, 1.6%에서 0.8%로 대폭 하향했다.
한국 경제가 보내는 위기 신호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2%를 기록하며 충격적인 역성장을 보인 것이다.
내수 부진과 미국발 관세전쟁의 영향으로 수출마저 불안한 상황에서 금통위는 금리를 낮춰 소비와 투자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금리 인하의 양면성, 부동산과 가계부채 우려
기준금리 인하는 경기 부양에 도움을 줄 수 있으나 부작용 또한 존재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금리 인하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낮아진 금리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부동산이 급등할 것이라는 기대까지 겹쳐 부동산과 가계부채가 다시 불안해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2일 기준 746조 4천917억 원으로 4월 말보다 3조 4천69억 원 증가했다.

또한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2.00%포인트까지 벌어지면서 원화 가치 하락과 외국인 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 상호관세 발효와 함께 한때 1,487.6원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1,360원대로 다소 안정됐지만, 금리 격차 확대는 환율 불안을 다시 촉발할 수 있다.
은행 대출금리 하락과 시장 반응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은행권 대출 금리도 계속 하락할 전망이다. 지난 4월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연 3.98%로, 3월보다 0.19%포인트 떨어졌다.

주담대 금리가 3%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7개월 만이다. 금융권에서는 7월부터 시행되는 3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를 앞두고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 여력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3단계 스트레스 DSR 도입으로 가계대출 총량이 줄어들게 되면 신규 대출 유인을 위해 추가 금리 인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인하 효과가 제약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금융기관의 대출 태도가 완화적이지 않기 때문에 금리가 낮아진다고 가계나 기업이 돈을 많이 빌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기 부진 대응의 무게 중심이 통화정책에서 추경 등 재정정책으로 넘어갔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0%대 저성장 기조 탈출을 위해 하반기 한두 차례 기준금리를 더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리 인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추경 등 보완적인 재정정책과의 균형 있는 조화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