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폭스바겐·볼보까지 “말도 안 돼”…歐 자동차 업계 ‘대혼란’

순이익 40% 급감…폭스바겐·벤츠, 수요 침체에 흔들리다
벤츠 1분기 영업 이익 감소
GLE SUV/출처-벤츠

유럽 자동차 업계에 닥친 수익 급감의 충격은 실적 하락에 그치지 않았다. 세계 시장의 수요 둔화와 미·중 무역 긴장의 여파, 그리고 미국 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이 겹치며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볼보까지 줄줄이 ‘경영 쇼크’에 빠졌다.

각사의 대응 방식은 다르지만, 위기의 본질은 하나다. 자동차 산업이 맞이한 전례 없는 불확실성과 그에 따른 구조조정의 그림자가 유럽 전역을 짙게 드리우고 있다.

폭스바겐·벤츠, 나란히 ‘순이익 40%대 급감’

올해 1분기, 폭스바겐 그룹과 메르세데스-벤츠는 모두 40% 이상의 순이익 감소를 기록했다.

벤츠 1분기 영업 이익 감소
메르세데스 벤츠/출처-연합뉴스

폭스바겐은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0.6% 줄었고 영업이익률도 6.8%에서 4.0%로 하락했다. 특히 북미와 중국 시장에서 판매가 각각 2%, 6% 감소하며 글로벌 수요 둔화가 실적에 타격을 줬다.

반면 유럽(4%)과 남미(17%) 시장에서는 비교적 선방했다. 다만, 이러한 지역 편차는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을 드러내고 있다.

폭스바겐은 연간 영업이익률 전망치를 5.5~6.5%로 유지하고 있으나 최근 미국의 추가 관세 조치는 아직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폭스바겐 1분기 영업 이익 감소
폭스바겐 미국 캘리포니아 매장/출처-연합뉴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매출이 7.4% 줄며 순이익이 무려 42.8%나 감소했다. 벤츠는 실적 전망조차 제시하지 못했다. “관세와 이에 따른 소비자 반응 등 변동성이 너무 커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벤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관세가 계속 유지될 경우, 승용차와 승합차 부문 모두 마진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경영 부담을 토로했다.

볼보, 미국 구조조정 착수… “트럼프 관세 직격탄에 60% 수익 감소”

스웨덴의 볼보자동차도 예외는 아니다. 볼보는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차량을 중국과 유럽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1분기 영업이익은 60% 급감한 19억 크라운(한화 약 2760억 원)에 그쳤고, 결국 180억 크로나(약 2조 6140억 원) 규모의 비용 절감 및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폭스바겐 1분기 영업 이익 감소
취임 100일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출처-연합뉴스

볼보는 미국 내 사업 축소를 예고하면서도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영진 개편, 인력 감축, 투자 삭감 등의 조치를 통해 최대 2026년까지 구조조정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칸 사무엘슨 CEO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현지공장에 새로운 전기차 모델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를 투입해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동시에, 미국 외 지역에서는 기존의 전동화 전략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혀, 지역별 차별화 전략으로 대응할 방침을 시사했다.

GM·볼보 이어 벤츠도 ‘가이던스 철회’… 확산되는 유럽車 위기감

이번 위기는 특정 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미 제너럴모터스(GM), 볼보에 이어 벤츠까지 올해 실적 가이던스를 철회하면서, 자동차 산업 전반에 퍼진 불확실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관세가 세금 이상의 파급력을 가지며 공급망 재편과 생산기지 이동, 인력 구조조정 등 전방위적인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폭스바겐 1분기 영업 이익 감소
메르세데스 벤츠/출처-연합뉴스

특히 유럽 업체들은 북미 시장 의존도가 높은 데다, 중국과 미국 간의 긴장 속에서 정치적 희생양이 되기 쉬운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단기 실적 방어를 넘어, 중장기적 경쟁력 재정비와 시장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의 본질은 ‘불확실성’… 구조조정 및 전략 수정 불가피

예고 없이 터진 관세 정책, 글로벌 경기 둔화, 전동화 전환이라는 세 개의 변수 앞에서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략 수정과 구조조정이라는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려야 했다.

폭스바겐, 벤츠, 볼보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지만 그 배경에는 같은 위기 의식이 존재한다.

폭스바겐 1분기 영업 이익 감소
ID.4/출처-폭스바겐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가 계속된다면, 유럽 자동차 업계는 수익성 방어는 물론 글로벌 경쟁력 유지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일관된 전환 전략과 리스크에 대한 빠른 대응, 그리고 장기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이다. ‘대혼란’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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