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가 지난 7월 24일 X(구 트위터)에 “오리지널 로드스터의 설계와 소프트웨어를 오픈소스화한 것처럼, 모델 S와 모델 X도 같은 방식으로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 테슬라의 플래그십 전기 세단과 SUV를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는 이 발언은 전 세계 EV 커뮤니티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업계의 반응은 기대보다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2023년 로드스터 ‘오픈소스’ 공개 당시의 전례를 되짚으면, 이번 발표 역시 실질적 개방과는 거리가 멀 가능성이 크다.
로드스터 ‘오픈소스’의 실체 “파일 8개, 라이선스는 제로”
2023년 11월, 머스크는 “오리지널 테슬라 로드스터의 모든 설계와 엔지니어링이 완전히 오픈소스가 됐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GitHub 저장소 teslamotors/roadster에 실제로 올라온 것은 고작 8개 파일이었다.
구체적으로는 로드스터 1.5·2.0의 ESS(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와 PEM(파워 일렉트로닉스 모듈) 버스용 CAN 데이터베이스(.dbc) 파일 5개(약 339KB), 진단 소프트웨어 ISO 이미지 1개(약 309MB), PDF 퀵가이드 2종이 전부다. 2023년 11월 22일 이후 약 2년 6개월 동안 추가 커밋은 단 한 건도 없다.
테슬라 서비스 사이트에는 로그인을 해야 열람 가능한 ‘Disclosed R&D Documents’ 항목 5종(배터리 모니터링 보드, 차량 디스플레이 시스템, HVAC 컨트롤러, 진단 소프트웨어, 디자인 문서)이 추가로 존재한다. 서비스 매뉴얼·부품 카탈로그 등은 이미 2020년 수리할 권리(Right-to-Repair) 압력에 대응해 무료로 풀었던 자료로, 이번 오픈소스 선언과는 별개다.
무엇이 빠져 있나… CAD·소스코드·BOM 전무
기술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핵심은 ‘없는 것’의 목록이다. 로드스터 공개 자료에는 차체·섀시·서스펜션 등의 CAD 파일, 기계 도면, 자재 명세서(BOM), 펌웨어 소스 코드, PEM 인버터 회로도, 모터·배터리 팩 설계 원본이 단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
폴란드 엔지니어링 기업 Antmicro는 공개 파일을 활용해 로드스터 전자장치를 시뮬레이션으로 재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제공된 보드 패키지에는 Gerber 파일과 픽앤플레이스(pick-and-place) 파일처럼 제조 공정의 출력물만 있었을 뿐, PCB 설계 원본(EDA 소스)은 없어 부품 풋프린트를 직접 역설계해야 했다고 밝혔다.
라이선스 문제는 더욱 치명적이다. GitHub README에는 “Roadster Disclosed R&D Documents 조건 하에 공개됐다”고만 표기돼 있다. 해당 조건의 실체는 테슬라 서비스 사이트에 있는 한 단락짜리 ‘책임 제한(Disclaimer)’으로, 복제·수정·재배포 권한이나 특허 사용 권한을 명시적으로 부여하지 않는다. GPL, Apache, MIT 등 OSI(오픈소스 이니셔티브) 승인 라이선스는 단 하나도 적용되지 않았다. 법적으로는 ‘열람 가능한 참고 자료’에 불과하다.
모델 S·X 개방, 기대와 한계 사이
현재 테슬라는 모델 S·X 오픈소스 공개의 구체적 일정, 파일 목록, 적용 라이선스 조건을 일절 밝히지 않은 상태다. 모델 S는 2012년, 모델 X는 2015년부터 생산됐으며, 2026년 1월 머스크가 두 차종을 단종 결정하면서 같은 해 4월 생산이 종료됐다.
기술 커뮤니티와 Electrek 등 주요 매체는 이번 발표를 ‘오픈워싱(Open-washing)’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핵심 설계와 소스 없이 일부 진단 파일만 공유하면서 “완전 오픈소스”로 포장한다는 비판이다. 오토파일럿 소스코드, 드라이브 유닛 설계, 배터리 팩 구조가 공개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제한적이나마 실익을 기대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CAN 데이터베이스와 진단 소프트웨어가 공개되면 독립 정비업체가 노후 차량을 유지·관리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실제로 로드스터 진단 ISO와 CAN 데이터베이스 덕분에 18년 된 초기 로드스터를 지금도 운행하는 오너들이 존재한다. 대학·연구기관이 EV 파워트레인과 CAN 버스 구조를 교육·연구에 활용하는 통로도 열릴 수 있다.
테슬라는 두 차종이 리눅스 기반으로 구동된다는 점에서, GPL 라이선스 완전 이행이라는 숙제도 안고 있다. 소프트웨어 자유 보존 협회(Software Freedom Conservancy)는 테슬라가 2018년부터 커널·Buildroot 소스를 공개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완전하지 않다고 지적해 왔다. 진정한 의미의 모델 S·X 오픈소스 공개는 이 GPL 미이행 문제를 매듭짓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결국 이번 발표의 가치는 ‘약속의 크기’가 아니라 ‘실행의 범위’로 판단해야 한다. 로드스터 선례를 그대로 답습할 경우, 모델 S·X 오픈소스는 진단 데이터와 CAN 파일 몇 개에 면책조항을 붙인 수준에 그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