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타기 부끄러” 처음엔 눈치 보더니… 뜻밖의 변화에 정부도 ‘당황’

“낙인인 줄 알았는데 부의 상징이라니”
연두색 번호판, 수입차 시장 이끄는 이유
법인차 규제 1년 만에 되레 ‘광고판’으로
법인차
법인차 번호판 / 출처 : 연합뉴스

“처음엔 눈치 좀 보였죠. 요즘은 오히려 자랑거리예요.”

최근 수입차를 법인 명의로 구입한 한 중소기업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차량에 붙은 연두색 번호판이 예전엔 ‘세무 감시용 딱지’처럼 느껴졌다면, 이제는 ‘성공의 징표’로 여겨진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법인 차량의 사적 사용을 막기 위해 도입한 연두색 번호판 제도가 시행 1년 만에 전혀 다른 결과를 낳고 있다.

법인차량에 연두색 번호판, 왜 달게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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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차 번호판 / 출처 : 연합뉴스

정부는 2024년부터 8000만 원 이상 고가 법인 차량에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하도록 의무화했다.

이 제도는 회삿돈으로 고급차를 사고 주말이나 퇴근 후엔 개인 용도로 사용하는 관행을 막기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차량에 눈에 띄는 색상의 번호판을 붙여, 사적 운용이 드러나면 사회적 비판을 받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과거엔 차량 등급이나 배기량을 기준으로 규제했지만,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량이 많아지면서 ‘가격’을 기준으로 바뀌었다.

제도 도입 초기엔 고금리와 경기 둔화가 겹쳐 수입차 판매에 찬물을 끼얹는 요소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번호판 색깔보다 차 자체의 이미지가 더 크게 작용한다”며 “연두색 번호판이 오히려 사장님 차량이라는 점을 강조해 주는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법인차
법인차 번호판 / 출처 : 연합뉴스

실제로 수치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법인 명의로 등록된 수입차는 4만 46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1% 늘었다.

전체 수입차 판매 중 법인차 비중도 36.7%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국산차 판매가 1.9%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수입차 시장의 성장은 눈에 띈다.

특히 고급 브랜드일수록 법인차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페라리는 전체 판매량 중 89%가, 람보르기니는 78%가 법인 명의였다. 마세라티와 롤스로이스, 벤틀리도 절반 이상이 법인차로 팔렸다.

제도의 목적과 시장 반응, 엇갈린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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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차 번호판 / 출처 : 연합뉴스

연두색 번호판은 분명히 사적 이용을 억제하고, 법인 자금의 투명한 운용을 위한 정책적 수단이었다. 그러나 현실에선 오히려 그 색이 법인의 재정 여력을 알리는 상징처럼 소비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사회적 감시 도구로 도입된 번호판이 ‘광고판’처럼 작용하면서, 제도가 의도한 경계선이 흐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인차에 대한 사회적 감시는 중요하다. 하지만 번호판의 색만으로 사적 사용을 막을 수 있을지는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입차 전시장에서는 연두색 번호판을 두고, 누군가는 망설이고 또 누군가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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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국민청원. 회사명 붙이고다녀라 공론화
    일하러다는데 무슨 쪽팔리나. 스티커 붙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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